한국의 양극화에는 뾰족한 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원인 때문에 발생하는 부분도 있지만 의지만 있으면 대책을 마련하기 쉬운 것도 있다.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 증여를 통한 부의 세습이 그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물론이고 심지어 증세를 주장하는 진보층도 별 관심이 없다.
연합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성년자 보유 주식이 지난 해 말 4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2011년에 유난히 늘었던 이유는 작년 하반기 주가가 급락했을 때를 이용해 증여를 많이 했기 때문일 것이다. 계속 인용하면, 연합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성년자 보유 주식이 지난 해 말 4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12일 한국거래소와 국세청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주식을 보유한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9만2천명이었다. 주식시장 전체 주주의 1.8%에 해당한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3조9천510억원이었다. 당시 시가총액의 1.4%였다. 1인당 평균 4천295만원을 보유한 셈이다. 미성년자 주주들의 보유액은 2004년 3천700억원에서 2009년 7천500억원, 2010년 1조1천290억원에 이어 작년 4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증여세는 기간과 액수에 따라 누진적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조금씩 물려주면 증여세를 피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실제로 다양한 방식으로 증여를 받는 미성년자는 수천명에 달했다. 2010년 기준으로 증여를 받은 19세 이하 미성년자는 5천989명이었고 이중 10세 미만도 2천213명이나 됐다. 이들이 신고한 증여 신고가액은 7천120억원이었다. 1인당 신고가액이 약 1억2천만원에 달했다.
그런데, 연합통신 보도에서는 증여세만 얘기했지만 금융소득 4천만원 이상부터 부과되는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부자들이 자식 이름으로 금융 계좌를 여는 경우는 예전부터 흔히 있는 일이다. 금융실명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문국현씨도 부인과 아이들 이름으로 예금을 들었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지만 한국사회에서 워낙 일반적인 것이어서 큰 문제로 비화되지는 않았다. 시비를 걸자니 자기들도 하는 짓이었으니까 염치가 없었던 것이리라.
누진소득세제를 적용하는 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절세를 하는 것은 누구나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아예 이런 행위에 대해 소득 쪼개기(Income Splitting)라는 용어가 따로 있다.
그런데 이런 식의 탈세는 사실 정치권과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막기 쉽다. 미성년자의 불로소득에 훨씬 높은 세금을 매기거나, 부모의 세금 산정에 포함해서 매기면 된다.
첫번째 방법에 해당하는 나라가 호주인데, 호주의 성인에 대한 최고 소득세율은 45%이다. 그런데 미성년자의 투자 소득이 416불을 넘는 액수에 대해 66%를 적용하고, 1,307 달러를 넘으면 그냥 총액에 대해 45%를 적용한다. 현재 환율로 치면 약 110만원 넘는 투자소득에 45%를 적용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린 아이에게 증여해서 세금 줄일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는 말이다. 대신 증여세는 없다.
미국이나 영국은 두번째 방법 즉 부모의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방법을 쓴다. 이를 일명 아동세(Kiddie Tax)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19세 미만이거나 24세 미만 대학생의 경우 일정 액을 넘어가는 불로 소득에는 그 소득이 부모에게 귀속되었을 경우 적용할 소득세율을 최고 세율을 부과한다. 영국과 캐나다는 그 소득이 부모에게 귀속된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부모 소득에 합산해서 세율을 적용한다.
이런 대책을 국회의원들이야 모를 수 있지만 설마 기재부 세제실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문제가 지적된지 오래되었는데도 그냥 놔두고 있다. 한국의 정치권과 관료들처럼 돈 있는 사람들에게서 세금 걷는데 소극적인 나라는 어디 가면 볼 수 있을까?
경제민주화 개념 갖고 말로만 싸우지만 말고 이런 것도 들여다봤으면 좋으련만.
... 에이! 역시 안되겠지?
http://tnfm.tistory.com/622
답글삭제님 블로그의 글들이 무단 도용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