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6일 토요일

가계소득비율은 왜 낮아졌나?

한국의 가계소득비율이 내려가고 있다. OECD 국가 중 하락율이 제일 높다고 한다. 1995년 69.6%에서 2014년 64.3%로 5.3%포인트 떨어졌다고 한다. OECD 국가들 중 두번째로 하락폭이 크다.

그러나 이것이 왜 내려가는 지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주장은 가계소득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내려간 것이 신자유주의 탓이라는 주장이다. 오해다.

외환위기 이전의 한국 경제는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외환위기도 그래서 생긴 것이다. 어쩌다 공무원들이 위기 대응을 잘못해서 생긴 사고가 아니었다.

왜 지속가능하지 않았나? 기업부채가 지나치게 많았다. 경기를 부양하고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부실한 기업에 대출을 계속 늘리도록 했다. 최근 중국에서 벌어진 상황과 똑같다.

그 덕분에 경영능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중견 기업들이 재벌기업 행세를 했고 그래서 30대 재벌 운운했다. 그들이 무모한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고용도 팽창했고 그래서 가계소득의 주수입원인 노동소득이 늘었다. 90년대 가계소득비율이 가장 높았던 원인이 여기에 있다.

부실채권이 쌓이고 있는데 경제를 개방했으니 사고가 크게 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버티기에는 외환보유고가 너무 작았다. 그래서 외환위기가 터졌다.

부실기업에 대출을 늘려 경제성장을 할 수 없게 되자 대기업 또는 재벌기업들이 고용을 줄였다. 자체 내에서 하던 일을 하청을 통해 하기 시작했다. 전체 임금이 줄게 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가계소득의 중요부분인 노동소득 비율이 줄어들은 것이다. 52.7%에서 50.7%로 2% 내려왔다.

나머지는 자본소득과 정부이전소득이다. 자본소득비율은 왜 안 늘었나? 자본소득은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이다. 지금 숫자를 갖고 있지 않지만 이자소득이 줄고 배당소득은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이자소득은 과잉차입수요가 줄면서 실질 이자율이 내려오면서 줄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배당 소득은 원래 늘기가 어렵다.

한국의 상장기업에서 외국인 투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다. 그러나 대기업 비중은 거의 50%에 육박한다. 이익율이 가장 높은 부문이기도 하다. 그 다음은 그룹기업 내 상호출자지분이다. 약 20~30%다. 나머지가 개인 지분인데 20%를 조금 넘는다.

정부나 야당이나 모두, 기업이 배당을 안하고 내부유보로 쌓고 있으니 가계의 자본소득이 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표면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배당을 늘려봤자 지금 같아서는 가계소득이 그리 많이 늘지 않는다. 외국인이 가져 가거나 대주주만 살 찌운다. 대주주도 가계이긴 하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가계소득을 늘려봤자 일반국민의 가계소득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또 대주주는 자기 지분율이 낮기 때문에 자기 배당을 받기 위해 다른 주주들에게도 가는 돈을 아까와한다. 일감을 몰아서 빼먹는 게 낫다.

한국은 90년대 자본시장 개방을 하면서 순서를 그르쳤다. 이를 깨닫고 고치기 전에 외환위기가 터졌다. 강제에 의해 자본시장을 개방했다. 순식간에 은행의 외국인 지분이 70%에 달했고 삼성전자들 알짜배기 기업의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어버렸다.

지금 가계소득비율이 감소한 연원은 90년대 초 정부정책의 실패에 있다. 대기업 위주 경제정책, 대출과 부동산에 의존한 경기 부양, 구조조정 태만 등이었다.

이 기조는 외환위기 이후에도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도, 노무현 정부도 이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대기업 위주 경제성장, 대출과 부동산 의존 경기부양, 구조조정 태만 모두 그대로였다. 기업대출 대신 가계대출로 치환했을 뿐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다시 부실기업에 대출을 늘려주었다. 요즘 터지는 기업부실은 그때 잉태된 것들이다.

알고나 있자. 이 기조가 안 바뀌는 한 가계소득비율은 올라갈 수가 없다. 대기업 법인소득세를 올리고, 분리과세를 폐지하고 소득세 포괄주의로 바꾸어서 세수 기반을 늘리고, 연금을 통한 정부이전소득을 늘리지 않는 한 가계소득비율은 올라가지 않는다.

가계소득비율이 낮다고, 그것을 올려야 한다고 모두 주장한다. 여당도 그렇고 야당도 그렇다. 그러나 잠시 흥청거릴 때를 기준으로 좋았던 옛날을 그리워 할 일은 아니다.

뻔히 할 일이 앞에 있는데도 다들 먼산만 쳐다보고 있다. 정치권은 엉뚱한 핑계거리와 해법을 찾고 다닌다. 진단이 잘못되었으니 처방이 엉터리인 것은 당연하다. 자기들도 이게 아닌 것 같아도 지금까지의 관성을 못 이긴다.

병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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