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누구를 대표하나? 민주당이 허약한 가장 큰 이유는 사회경제적 기반에 구체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이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당 내부로 그에 상응하는 사회경제적 힘이 들어오지 않으면 안 된다. (최장집)
많은 사람들이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로 책임정치, 정당정치, 정책정치의 실종을 든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제도적으로는 단임제 대통령제, 결선투표제 결핍 등을 들기도 하고,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건너뛰는 정치인들을 탓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이러한 정당정치의 실종 뒤에는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도 큰 역할을 한다. 즉 대기업 노조의 탐욕은 양극화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정치적 구도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단지 그 연결고리가 잘 안보일 뿐이다.
위에서 인용한 최장집의 말은 민주통합당이 허약한 원인의 핵심을 찌르고 있다.
호남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만 다른 지역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면 대선은 물론이고 총선에서도 이기기 힘들다. 그런데 민주당은 사회경제적 기반이 모호하다. 당내에 진보 개혁적인 세력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뚜렷한 정책 성향을 갖기가 어렵다. 그러니 자신의 실력을 기르는 대신, 아무러나 자기 몫으로 떨어지는 표를 나누어 먹는데 안주하고 상대방 진영의 실수에 편승하려는 심보를 갖게 된다. 그런 행태를 본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실망하게 되고 등을 돌리게 된다. 안철수 현상은 그 결과다.
호남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만 다른 지역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면 대선은 물론이고 총선에서도 이기기 힘들다. 그런데 민주당은 사회경제적 기반이 모호하다. 당내에 진보 개혁적인 세력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뚜렷한 정책 성향을 갖기가 어렵다. 그러니 자신의 실력을 기르는 대신, 아무러나 자기 몫으로 떨어지는 표를 나누어 먹는데 안주하고 상대방 진영의 실수에 편승하려는 심보를 갖게 된다. 그런 행태를 본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실망하게 되고 등을 돌리게 된다. 안철수 현상은 그 결과다.
왜 민주당은 사회경제적 기반이 허약하게 되었을까? 나는 이것이 한국의 낮은 노조 노조 조직율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정당이라면 당연히 노동자, 그리고 그들의 이해를 반영하는 조직의 지지가
그 사회경제적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노조 조직율이
10%에 불과하다. 이들 노조는 대부분 대기업과 공기업 및 공무원 노조다. 나머지 90% 근로자는 중소기업 직원, 비정규직 직원들이다. 노조 조직율이 10%인 나라에서 개혁 정당은 누구의 이해를 반영해야 하나? 대기업
노조? 아니면 노조에는 속하지 않지만 불공정한 시스템 아래에서 더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
민주통합당은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대기업 노조의 이기적 행동을 비난하자니 그들의 영향력이 부담스럽다. 과거 민노당은 한나라당을
비난하기 보다는 자신과 민주당과의 차별을 강조하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었다. 소선거구제 하에서 개혁 성향
표를 민노당에게 뺏기면, 호남지역을 제외하면, 국회의원 선거에서
보수세력을 상대로 이기기가 어려워진다. 게다가 이들은 한국 사회치고는 매우 조직화가 잘되어 있고, 극렬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 이익단체이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노동시장에서의 불공평한 보상체제를 주요 의제로 삼을 수 없다. 그렇다고
대기업노조의 이해만을 적극 반영하기도 어렵다. 대기업 노조에 속하지 않은 다른 근로자들의 냉소와 이반이
무섭다. 열심히 일해도 살기 어려운 사람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되고,
개혁 성향 유권자의 반발을 산다.
그 노조마저 꼭 민주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민노당을 지지하는 민노총은 아예 민주당을 적으로 삼았다. 특히 노무현 정권 때 그랬다. 양대 노총 중 하나인
한국노총은 지난 2008년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손을 잡았다가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통합당과 협조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용득도 인정하듯이 워낙 급히 추진을 하면서 일어난 내부 분열 때문에 총선에서 큰 역할을 못했다.
급박하게 제의가 들어와 결정하는 과정에서 무리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통합 제의가 들어오고 12월 초에 한 달 만에 통합을 결정했다. 정치성향이 다양한데 내부 의견을 충분히 모으지 못했다.
지금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복수노조 협상 창구 단일화, 노조 전임자 감축 등에 반발해서 민주통합당과 손을 잡았지만 만약 민주통합당이 자기들 이해와 어긋난다고 판단하면
한노총은 다시 등을 돌릴 것이다. 이미 이용득은 내부 반발 때문에 지난 7월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지난 15년
사이에 10%로 내려앉은 노조 조직율이 당분간 높아질 가망이 없다는 것이다. 왜 안오를까? 분명 노조 설립에 관한 법적인 제약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 벌이는 행동은 다른 나라 같으면 분명 불법 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노조를 결성하고 인가를 받는데 사측에서 방해를 할 여지가 많다. 그러나 지금처럼 하도급 업체와 중소기업 부문이 취약한 것도 노조 결성을 막는다.
노조 결성에 따른 기대이익이 낮기 때문이다. 하도급 업체 중 한 곳에서 노조가 결성되고
노동쟁의가 일어나면 수요독점 기업인 대기업은 다른 곳으로 주문을 돌릴 것이다. 이렇게 기껏 노조 결성해서
얻을 것이 없으면 굳이 만들 유인이 없다.
학문적으로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이기적인 귀족노조 자신이 노조 조직률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두 노조 탓만은 아니다. 한국 재벌기업에 의한 독과점 구조가 그 기초를 만들어준다. 대기업노조는 이러한 대기업의 독과점적 행위에 동승해서 단물을 같이 빨아먹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단물을 빨린 하도급 업체와 중소기업 부문은 노조 결성을 하기가 어렵게 된다.
이렇게 노조조직율이 낮으면 민주당은 공중에 뜬 당이 된다. 최장집의 말처럼 자신의 사회경제적 기반이 당내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원 없는 정당이 된다. 호남출신
인사와 과거 민주화운동 훈장을 걸고 다니는 사람들 사이의 자기들만의 게임(Insiders' Game)이
된다. 자신의 사회경제적 기반이 불확실하니 정책에도 일정한 방향이 없다. 좋은 예로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정책공약을 생각해보면 된다. 그러니 그저 상대방 잘못에 기대서 사는 정당이 된다. 게다가, 상대방이
이렇게 허약하니 새누리당도 자체 혁신을 할 이유가 적다. 그저 박정희 시대 고속성장에 대한 향수에 의존하거나, 급하면 상대방 구호를 차용하는 것으로 때울 수 있다. 한국정치에서 양대 정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는 이렇게 탄생했다. 안철수현상도 이렇게 탄생했다. 이를 두고 장달중은 이렇게 꼬집었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 떠밀리다시피 대선전에 나온 문재인, 그리고 ‘나도 몰라요’를 연발하며 대권을 노리는 안철수에게서 베버가 얘기하는 천직의식으로 무장된 자신만의 얼굴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박정희 향수의 민심, 노무현 향수의 민심, 그리고 정당정치 불신의 민심에 정치적으로 투서하는 듯한 얼굴들이기 때문이다. 소명의식 같은 것이 보일 리 없다.
한국 정치의 난맥상을 귀족노조 탓으로만 돌릴 생각은 전혀 없다. 아마 한국에서 노조 조직률이 낮은 것에 대한 대기업노조의 책임보다는 낮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근로자 10%의 이익만을 배타적으로 추구하면서
나머지 90%의 눈물을 모른척하고, 심지어는 바로 그 눈물을
먹고 사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그런데 세계 어느 나라에서 노조가 지지하지 않는데도 튼튼한 개혁 진보 정당이 가능하겠는가? 당연히 한국에서 진보 개혁 정당은 허약할
수 밖에 없다. 허약한 정당은 그저 허겁지겁 살아남기에 급급하게 된다. 그런
마당에 책임정치, 정당정치, 정책정치를 외쳐보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저 허망한 넋두리에 그칠 뿐이다. 이렇게 귀족노조의 그림자는 생각보다 멀리까지 드리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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