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2일 금요일

이성규가 전하는 기업부실 처리 군상: 이번 주 꼭 읽을 컬럼

한국에서 부실기업 처리 분야에서 가장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서근우와 이성규일 것이다. 이 두사람은 이헌재가 한신평 사장으로 있을 때 같이 일했던 인연으로 이헌재가 금감위원장 시절 부실기업 처리 업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요즈음 서근우는 금융연구원에 있지만 이성규는 여전히 부실채권 처리 일을 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부실채권 관리를 위해 공동으로 출자해서 설립한 연합자산관리의 사장을 맡고 있다. 과거 외환위기 시절 부실채권을 헐값에 팔아 넘겨 외국인 투자가 좋은 일만 시켜준 쓰라린 경험을 되살려 은행들이 만들었다. 들리는 말로는 잘되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그 이성규가 지난 여름부터 조선일보에 컬럼을 써왔는데, 지난 수요일에는 기업 갱생에 확실히 실패하는 방법을 썼다. 지난 주에 쓴 반복되는 금융위기: 부실을 부실이라 부르지 못하는 나라를 조금이라도 관심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지난 주 이성규의 글만이 아니라 과거에 쓴  워크아웃이 왜 잘 작동하지 않을까부동산 PF는 어쩌다 망가졌을까를 꼭 같이 읽어보기를 권한다. 조선일보 같은 일간지가 부실기업 처리 같이 전문적인 주제로 컬럼을 연재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사족이지만, 서근우나 이성규를 보면 한국의 고시제도의 폐해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이헌재가 금감위원장이 되었을 때 그는 외부의 젊은 전문가를 많이 썼다. 기존의 사고방식과 관료들로는 일을 헤쳐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들어가 일했던 사람들 중 발군의 능력을 발휘한 사람들이 바로 서근우와 이성규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헌재가 금감위원장을 떠나면서 뿔뿔이 헤어졌고 지금은 다시 모피아 관료들 세상이 되었다.

내가 이헌재란 이름을 처음으로 눈여겨 본 것은 귀국한 지 얼마 안되어 그가 신문에 쓴 글을 보고나서였다. 처음 설계를 잘못해 놓고 나서 그에 따른 문제를 막기 위해 일을 하는 한국 행정의 비효율성을 지적한 글이었다. 그 당시는 내가 한국에 돌아온지 얼마 안될 때여서 이상하기 짝이 없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는데, 그때 내 눈에 들어오던 이상한 것 중 하나를 지적한 글이었다. 필자 직함이 조세연구원 고문이라고 해서 누구인지 알아보았더니 관료 출신 야인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가 썼다는 글은 대부분 남이 써준 글이라고 한다. 하긴 한국의 지도층 인사 대부분이 그런 수준이다. 아니 그런 것에 대한 문제의식부터가 없다.

이헌재가 금감위원장을 그만두고 재경부로 자리를 옮겼을 때나 그 후 노무현 정권시 경제 부총리를 했을 때 그가 보인 리더쉽은 실망스러웠다. 결국 이것저것 조잡한 수준의 부양정책만 내세우다가 시간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그는 사람을 다루고 브리핑하는 관료로서의 리더쉽과 순발력은 훌륭한 것 같았지만, 경제정책 전반과 거시정책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것 같았다. 전형적인 고시 출신 유능한 관료라고나 할까? 논어에서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고 했는데 현장에서 습득한 직관은 좋지만 이론적 학문이 부족해서 그런지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은 없었던 것 같다.

만약에 재경부 장관 시절에도 금감위원장 때처럼 주위에 훌륭한 인재들을 참모로 갖고 있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관료 치고는 일을 남에게 미루지 않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었으니 좋은 팀을 갖추어주면 나름 사회에 도움이 되었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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