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경 수산시장인 쯔키지 시장에 아침 일찍 가면 참치를 해체하는 작업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도 가끔 참치 회집에서 해체 작업 쇼를 하기도 한다. 뒷꽁무니로부터 시작해서 지느러미, 머리를 자르고 마지막으로는 등을 가른 다음, 마지막으로는 살을 다 벗겨 낸 등뼈를 보여주는 것으로 쇼가 끝난다. 물론 부위 별로 일일이 해체하는 작업은 아직도 남아 있다. 큰 놈의 경우에는 약 2시간이 걸린다. 해체 쇼가 끝나고 나면 원래는 거대한 유선형이었던 참치의 모습은 간데 없고 가죽과 뼈와 다양한 부위의 살만 남는다.
어제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4.1 부동산 대책, 정확하게 말하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종합대책"을 보면서 바로 주택 양도세 해체 작업을 목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자본 차익세, 즉 양도세로 거둔 돈이 약 7조 2천억인데, 그 중 주택 양도세로 거둔 돈이 1조 2천억 정도라고 한다. 겨우 GDP의 0.1%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제 규모와 지나치게 비싼 주택 가격을 생각하면 너무도 적은 돈이다. 온갖 가지 이유로 감면해주고 면제해주기 때문이다.
주택을 팔 때 발생하는 차익에 세금을 매기는 주택 양도세는 크게 보면 자본 차익에 대한 세금의 한 종류에 불과하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자산을 팔 때 발생하는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주택 양도세의 역사는 1974년 종합소득세와 더불어 도입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야말로 저항과 왜곡의 역사였다.
그 결과, 한국의 주택 양도세는 어지간한 사람은 이해하기도 힘든 세금이 되었다.
대표적인 왜곡이 1가구 1주택에 대한 면세다. 2년 또는 3년 거주했다고 하면 면세해주었다. 분명 차익이 발생했는데도 세금을 안물린다. 집을 한 채 사서 3년 후 팔고, 다시 사서 3년 후 팔기를 계속하면 일생 동안 주택 양도세를 물 일이 한 번도 없다. 거주 증명도 허술하다. 집주인이 전세를 주면서 주민등록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너무도 쉽다. 주민센터에 얘기해도 "그래서 날 보고 어쩌라구요?" 라는 듯 그냥 멀뚱멀뚱 쳐다본다.
이것만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그때그때 마다 상황 논리에 따라 차등 부과 기준이 겹쳐졌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주택에는 차별해서 더 부과했다. 요새는 수도권인가 아닌가에 따라 달라진다. 고시가격과 공시가격 기준으로 부과하더니 요새와서는 투기지역의 경우에는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한다. 평수와 거래 금액에 따라 차별 부과했다. 요새와서는 금액 기준으로만 차별 부과한다. 3년 이상 거주 했어도 다시 한번 거주 기간 별로 또 차별 부과한다. 보유 주택 수 별로도 차별 부과한다. 휴! 이것만으로도 숨이 찬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이번 정책이 국회를 통과하면 여기에 더해서 이제는 거래된 주택이 신규, 미분양인가에도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은 물론, 구매 시점과 매각 시점에 따라서도 차별된다.
1가구 1주택자에게서 9억원 미만, 85제곱미터 이하 집을 산다면 다주택자라도 양도세를 5년간 면제하기로 하겠단다. 대신 2주택자로부터 사면 면제를 못받는다. 단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는 주택을 팔아도 상대방이 양도세를 부담하지 않는다. 다주택 보유자라도 9억원 미만짜리 신규, 미분양 주택을 올해 안에만 구매하면 5년간 양도세가 전액 면제된다. 다주택자라도 1년 내 주택을 팔 면 적용되는 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2년 내 양도시에는 6%~38% 기본과세를 하겠단다.
이러고도 안 헷갈린다면 당신은 천재다.
이렇게 되면 주택 양도세를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진다. 해당 지역, 물건 가격에 더해서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사정, 사는 시점과 파는 시점 등, 수 많은 변수가 더깨더깨 껴있게 되었다. 왜곡의 정도가 지나쳐서 이제는 그 형체도 알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아니, 전체적인 형태는 물론, 개별 부분마저 알아보기기 힘들다. 주택을 거래해야 하는 일반 시민들로서는 포기할 정도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머리가 돌 지경이다. 참치 해체로 치면, 하도 마구잡이로 햎체해서 원래 모습은 커녕, 참치 뼈도 안 보이게 되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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