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6일 수요일

회사는 누구를 위해 있나?

작년 이맘 때 임직원들과 처음 만나는 날 물었다. 한화투자증권이 존재하는 사회적 의미가 무엇이냐고, 왜 있어야 하냐고, 없어진다고 해서 아쉬워 할 고객이 얼마나 있냐고. 고객을 위해서 회사가 있는 것이지, 회사와 직원을 위해서 고객이 있는게 아니라고 했다. (세월호란 배도 승객을 위해 있었지 선원을 위해 있는게 아니었다.)

우리 회사에 오기 전부터 어떻게 주식 중개업을 지금과 같은 퇴영적인 모습에서 벗어나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왔다. 현재 한국에서 주식 중개업은 거의 중독성 고객을 상대로 한 스크린 경마와 다를 바가 없다. 사행성 산업이 되었다. 그러나 엄격한 규제를 받는 다른 사행성 산업과 달리 주식 중개업은 버젓이 주택가에도 들어서 있고, 시내 한복판에도 있고, 집안에서도 접속이 가능하고, 직장에서도 접속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번 봄부터 과당매매가 일어나면 직원과 지점 실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개인별 성과급제도 없앴다. 회사는 술렁대었고, 나는 이를 악물었다. 당연히 수익이 줄었다. 예상한 일이고, 각오하고 한 일이다.

이번에 분석해보니 지점 고객의 회전율이 대폭 떨어졌다. 고객 수익률도 좋아졌다. 누군가는 도움을 받았다.

지난 7월에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주식 매매시 지점 주문에는 19,500원, 콜센터에는 9,500원 정액 수수료를 도입했다. 대신 수수료율은 반으로 내렸다. 지금까지 한국 증권업계에서는 그 누구도 지점 수수료율에 손을 댄 적은 한번도 없었다. 어디를 가나 주문 액수와 상관 없이 0.5%로 대동소이하다.

이것은 여러모로 불합리한 가격체계다. 하다못해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켜도 한 그릇에 6천원이고 면발 당 돈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할까?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이다. 개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한번 맛보면 그 짜릿함에 손을 끊기가 어렵다.

정액수수료를 받는 것은 지금껏 아무도 안해본 일을 하는 것이어서 회사 직원들 모두가 대단히 긴장했고 걱정도 많았다. 아직 이르지만 지금까지 결과만을 보면 적어도 고객의 거래 패턴은 우리가 의도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점 주문 건은 대폭 줄었고, 건당 주문액은 대폭 증가했다. 지점에서 이관되어 콜센터를 처음 써보는 고객들도 서비스 수준에 만족하는 것 같다. 직원들이 준비를 잘한 덕이다. 이 일에 참여한 직원들은 보람을 느끼고 신도 나는 것 같다.

앞으로 발표할 조치를 준비 중이다. 업계의 치부이자 우리의 치부이기도 한 사실도 모두 드러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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