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나타난 소득분배 악화를 갖고 해석과 논란이 분분하다. 그래서 매주 출연하는 KBS 방송에서 이를 다루었다.
내가 보기에 최근 통계 숫자가 악화되는 이유는 크게 보아 네가지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샘플링 변화에 따른 착시를 들 수 있다. 둘째, 일인가구와 노인가구 증가를 들 수 있다. 셋째, 현 복지제도에 의한 소득이전 규모가 부족하다, 넷째 투여하는 재원도 타겟팅의 잘못되어 비효울적이다. 이런 문제들에 비해 최저임금이나 소득주도성장에 영향을 받은 부분은 덜 중요하다.
첫째 요인으로 들은 샘플링 변화는 이미 통계청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즉 2017년까지의 조사는 2010년에 실시한 인구 센서스의 모집단에 기초한 표본 설문조사다. 이에 비해 2018년 조사는 2015년 센서스에 기초한 것이다. 5년간 바뀐 가구 구성에 기초한 것이어서 2018년 숫자를 2017년 결과와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선 아직 불확실하므로 추측은 할 수 있지만 보다 확실한 것은 좀더 기다려 봐야 안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기는 하다. 전체 소득분배가 이렇게 급격히 바뀌는 것은 드문 일이고 변화 폭도 너무 커서 사실 불가능할 정도다. 무슨 혁명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하위 1분위 소득이 약 18% 감소한 것도, 상위 5분위 소득이 약 10% 증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원래 소득분배 동향을 분기 조사로 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제한된 샘플이고 일시적 요인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소득층 소득 성장이 부진하고 고소득층 소득 증대가 활발한 것은 작년 내내 계속 나타난 현상이라서 그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정부는 근로자 가구들 사이에선 소득 분배가 호전되었다는 걸 강조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임금소득 가구는 전체 가구 중 60% 밖에 안된다. 최저임금 올리고 나서도 계속 직장을 갖고 있는 가구는 당연히 소득이 올라갔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 소득분배에선 나머지 가구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상위소득가구의 소득이 거의 10%씩 오른 것도 이상하다. 어떤 메카니즘에 의해 그렇게 올랐는지 아무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서베이의 안정성에 무언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소득분배를 분기별 서베이에 의해 파악하고 이를 갖고 매분기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떠들썩한 것 부터가 병적인 현상이고, 이건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그렇다고 우리들 마저 너무 휘둘릴 필요는 없다.
근본적으로 서베이의 안정성에 무언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소득분배를 분기별 서베이에 의해 파악하고 이를 갖고 매분기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떠들썩한 것 부터가 병적인 현상이고, 이건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그렇다고 우리들 마저 너무 휘둘릴 필요는 없다.
둘째, 일인가구와 노인가구는 그동안 꾸준히 증가되어 오기는 했지만 최근 5년 사이에 그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소득분배 통계가 나빠지는 것은 어느정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기간 도중에도 고령화는 진전 되고 있있지만 소득분배는 도리어 약간씩 호전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즉 소득분배 악화를 노인가구 증가 탓만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게다가 노인가구 중가는 이미 알려져 있던 현상인데 지금의 소득분배 악화현상을 그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 지금이라도 그동안 정책 대응이 부족했던 것을 인정하고 대응책 마련에 더 서둘러야 한다.
셋째 요인으로 지적할 것은 현 복지제도에 의한 지원 총량이 소득분배 악화를 막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극심한 양극화를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주는 돈인 공적이전소득은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정부는 1년간 아동수당, 기초연금, 실업급여 등으로 저소득층에 직접 현금을 줬다. 하지만 정책 효과는 제조업 경기침체, 자영업 위기 등에 의한 타격을 이겨내지 못했다.
넷째, 그러나 그나마도 타겟팅이 잘못 되었다. 정부 보조가 가장 필요한 1, 2분위의 경우 각각 월평균 44만2600원, 43만8500원을 받았다. 즉 1분위 계층이 2분위 계층보다 겨우 4,100원을 더 받았을 뿐이다. 이것만 해도 이상한 것이 아닌가? 이런 현상은 소득분위별 공적연금 수급액이 하위소득 계층에서 가장 적은 것을 보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기초생활보장 지원을 받는 노인들에게서 기초연금을 주었다가 도로 뺏는 제도 탓이 크다.
기초 연금만의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정승국 교수에 의하면 영국에서 평균임금의 절반 정도를 받는 저임금노동자 가구는 가장인 노동자 임금의 79% 증액된 소득을 최종적으로 받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저임금노동자는 아동수당과 근로장려금을 통해 끽해야 20% 정도를 더 받는다. 전체 규모가 너무 적어서만이 아니라 타겟팅이 잘못되어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
현금성 복지 투입은 분명 효과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공적이전소득을 반영하지 않은 소득격차(균등화 소득 5분위 배율)는 지난해 4분기 무려 9.3배를 기록했다. 정부의 공적이전소득이 소득격차를 좁혀 5.5배까지 낮춘 것이다. 공적이전소득은 지난해부터 양극화 격차를 계속 좁히고 있다. 다만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역부족이다. 정부가 돈을 쏟아부었는데도 지난해 말 소득 양극화 수준은 역대 최고다. 즉 정부의 정책 효과는 확대되고 있지만 구조적 문제가 정부의 소득분배 개선정책 효과를 웃돌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설계가 잘못 된 탓이다. 소득분위 별로 이전소득이 얼마나 가는지 보면 잘 드러난다. 사실 최하위층인 1분위 계층에 가장 적게 돌아간다. 기초연금이 너무 부족하고 부양자 가족이 있으면 보조금을 안주거나 깍는 악습이 남아서 그렇다. 실업부조나 실업보험이 부족한 것도 큰 영향을 준다. 공적연금은 고소득층일 수록 더 받고 있다. 이것은 국민연금 제도가 처음 설계될 때부터 먼듯한 직장을 가지 사람 위조로 설계되어있고 여기에 공무원 연금, 교사 연금 등이 가세해서 그렇다.
타겟팅이 잘못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첫째, 한국의 복지제도가 은근히 기존 이익 세력에 유리하게 설계, 특히 내가 말하는 원청 부문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그렇다. 이런 저런 복지제도도 잘 따져보면 이들에게 더 많이 가도록 되어 있다. 의료보험도, 국민연금도 실업보험도 그렇다.
둘째, 이념적인 편향 때문에 진보진영이나 현 여당이 보편적 복지론에 빠져 있어서 그렇다.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 잔여적 복지 사이에서 사안에 따라 유연하게 취사 선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아동수당을 도입한다고 해도 다른 나라들은 모두 소득에 연동해서 지급한다. 일정 소득 이상 가구에게는 소득에 비례해서 적게 지급한다. 그래야 저소득 가구 아동에게 더 많은 돈을 줄 수 있다.
최저 임금이 올라서 고용참사다 뭐다 하는 일자리 쇼크를 불러왔고, 그래서 사람들의 소득이 줄고 소득분배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은 일부 그런 점도 있지만 너무 과장된 주장이다. 우선 일자리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취업자가 2천 600만이고 근로자가 2천만명이다. 그런데 만약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연간 30만명 늘던 취업자 증가가 10만명으로 줄었다면 그 결과 취업자는 2,630만명이 될 게 2,610만명이 되었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이러니 고용율이고 실업율이고 간에 별로 바뀐 것이 없다.
어떻게 그걸 일자리 쇼크, 고용참사라도 부를 수 있나? 마찬가지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소득분배가 나빠졌다는 주장 역시 괴담에 불과하다. 내 생각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충격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아직은 그것이 소득분배에 큰 영향을 주긴 어렵다. 왜냐하면 소득분배 통계에서 단기적으론 저소득 가구와 비노동가구가 가장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고 그들 숫자는 최저임금 충격 이전에도 이미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더욱 증가될 최저임금 인상 충격이 소득분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긴 할 것이지만 그것 때문에 소득분배가 대단히 더 악화되기는 어렵다.
정부는 이번 소득통계 결과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저소득층 대상 정책 집행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득분배 악화 추세를 개선할 정부의 새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기꺼해야 정부는 일자리 예산을 차질없이 집행하고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노인일자리를 확대하겠다 등등의 기존 대책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방안들을 내놨다.
하지만 일자리를 직접 만드는 방식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더이상 중점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다. 임기응변적인 면피성 전시 행정이다. 공공부문의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은 사회적 비용만 많이 들 뿐 쓸 데 없는 정책이라는 것은 외국에서도 이젠 상식으로 받아들여진다. 하다 못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선진국에선 공공에 의한 일자리 창출에 별로 나선 적이 없다. 그런 것보다는 노동시장개혁. 즉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낫다.
여기저기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게 가장 큰 해법이라는 말이 쏟아진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 운운도 쓸모 없는 얘기다. 도대체 좋은 일자리란 게 무슨 뜻인가? 월급 많이 주는 대기업 공기업 정규직 자리다. 그렇지 않아도 그게 안되어서 모두들 지금 고민인데, 소득양극화도 그것으로 풀자는 말은 하나마나인 얘기다. 그보다는 그 노동시장이 원청과 하청부문으로 나뉘어서 소득이 이분회 된 것이 더 큰 문제다. 전체 소득에서 노동소득이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구조적 개혁, 즉 노동 유연성, 임금제도 개선, 최저임금제 개선등이 더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더 큰 그림으로 보면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자본 대 노동의 틀, 특히 개별 노동자의 틀에서만 움직이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근로자 가구는 전체 가구 중 60%다. 나머지 40%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들이 더 가난하다. 빈곤은 가구 기준으로 봐야지 개인 기준으로보면 안되는데 정부 정책은 최저임금, 노동시간 등 너무 개별 노동자 시각에만 머물고 있다. 내가 현정부정책을 기존 노동운동권 시각에 갇힌 것은 아닌가 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헉헉, 이걸 30분 안에 얘기하고, KBS는 이걸 또 15분으로 축약해서 방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