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1일 목요일

나는 비관주의자인가?

요즘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불안하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9개월이 되어가는데 새 정부 들어선 후 경기가 좋아진 계층은 부동산과 주식을 가진 사람들 뿐인 것 같다. 여기 저기서 자기 아파트 값이 수억 원이 늘었고, 갖고 있는 코스닥이나 장외시장 주식 값이 폭등해서 수억 원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저 열심히 일해서 먹고 살야야 하는 사람은 박탈감을 느낄 것 같다. 
너무 섯부른 것일 수는 있지만, 내 개인적인 느낌으론 새정부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지지층 사이에서도 조금씩 늘고 있다. 현재 언론에선 최저임금 인상을 갖고 논란이 왕성하다. 비록 첫달이어서 그럴지 모른다고 하지만 정부 보조금 신청자가 계획 대비 1.5%에 불과하다는 것은 자칫하면 얼마나 정부 정책이 탁상공론에 머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정작 폭발력이 큰 것은 부동산이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미적지근한 부동산 정책에 실망하고 있다.
사실 현 정부는 이미 부동산 시장에게 자기 패를 들켰다. 보유세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종부세는 연기만 모락모락 피울 뿐이다. 연간 10%가 넘는 가계 부채 증가율을 자기들 계획으로 겨우 연간 8%로 잡겠다고 했다. 기껏해야 한다는 소리가 부동산 열기는 일부 다주택자 탓이란다. 그 다주택자들은 다들 바보인가 보다. 평당 4천만원 하던 아파트를 평당 6천만원에 사려고 하니 말이다.
느닷없이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게 높은 양도소득세율와 낮은 LTV (40%)를 들고 나왔다. 막상 이자만 내는 대출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60%가 넘게 차지하는 것은 그대로 두고 있다. 나라면 그것부터 손을 볼 것이다.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커녕 도리어 임대소득자 등록을 해달라고 애원을 하는 폼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곳과 내려가는 지역을 각자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것은 거의 화룡점정 수준이다. 한마디로 점점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지금 부동산 가격을 현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각 지역별로 모두. 오르는 곳은 오르지 못하게 하고, 내려가는 곳은 내려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가격이 왜 유지되는 것이 좋은지 아무도 묻지 않고 아무도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현상유지! 그것만이 살 길이다" 라고 속으로 되새기면서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자기들도 설명을 못 하고 있다. 너무 뻔하고 남루해서. 지지율과 선거를 의식해서다. 부동산 값이 너무 올라도 민심을 잃고 너무 내려가도 민심을 잃는다고 생각한다. 현재 가격대를 유지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일한 살 길이다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경기가 너무 뜨거워도 안되고 너무 차가워도 안된다. 보수이건 진보이건 간에 모두 부동산 경기로 거시적 경기를 조종하려는 습관을 못 버리는 것은 매 한가지다. 
이걸 굳이 말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부동산 정책의 핵심 타겟이 부동산 가격이 되어서도 안 된다. 더욱이 특정 가격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정책 목표가 되어서는 더욱 안된다. 애초에 그것은 그 어느 나라 어느 정부가 되었든 간에 정부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다. 그 유혹에서 벗어나야 살 길이 보인다. 부동산 투자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현 제도 정비를 하나씩 해나가야 한다. 대출 규제와 세제를 개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임대주택 건설은 중장기 정책이이서 당장은 아무 소용이 없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버블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 정부가 펀드를 만들어 투자할 것이라는 눈치를 정부가 솔솔 피웠다. 심지어 국민연금에서 수조 원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는 방안까지 거론되었다. 이 얘기를 대통령 선거 전에 처음 들었을 땐 선거를 앞두고 아무 것이나 던져대는 폴리페서들 얘기이거니 했는데 선거 후 다시 등장했다. 경제 부총리까지 여기저기서 말을 하고 다녔다. 
당연히 시장은 반응했다. 정부의 코스닥 펀드 조성 얘기가 언론에 흘러 나오기 몇 주 전부터 코스닥 레버리지 인덱스가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코스닥 시장은 폭등 수준으로 올라가 있고 거래량 역시 지난 10년간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전세계적인 저금리에 의한 유동장세라고 하지만 지금 코스닥은 옆에서 보기에도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여전히 일자리와 부동산이다. 전 세계에서 일자리 늘리겠다는 정권은 많아도 그것을 숫자로 목표를 미리 제시하는 정권은 없었다. 어느 나라나 요즘 일자리가 안 느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다. 원하청으로 분절되고 고용 조정이 경직화된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억지로 늘릴 방법은 솔직히 없다. 대통령이 늘리라고 해서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 저것 억지로 공공부문에서 조금 늘려봤자 태평양에 물주전자 붓기다. 재벌 기업은 호응하는 시늉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대통령에게 이 얘기를 해 줄 용기가 있는 사람이 그의 주위엔 없는 것 같다. 전형적인 그룹 사고다. 권력자 눈치 보기다. 
대통령이 애가 타든 말든, 늘리겠다는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잡겠다는 부동산 값은 오르고 있다. 이 추세로 가면 있는 사람은 더욱 좋아지고 없는 사람은 더욱 가난하게 느낄 것이다.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란 소리가 조만간 나올 것이다. 
도끼 자루가 썩고 있다. 현 상황이 계속되면 정권 초기에 호기롭게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던 더불어 민주당 정권은 1년도 안 되어 자기들 실력의 바닥을 드러냈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도, 박근혜 정권도 그랬다. 아니 노무현 정권도 그랬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원래 그런 것이고 누가 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내가 비관주의자여서 잘못 보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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