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를 다녀온지 10일이 지났다.
청문회 직후 인터뷰 요청이 많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어쩌다 대중에게 인기 있는 말을 했다고 언론과 인터뷰하고 다니는 것은 꼴불견이다.
우리는 이게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손혜원씨가 나를 참고인으로 나와 달라고 한 것은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어떤 수단을 동원했는지를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신상 문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완영씨가 의도가 뻔한 질문을 하고 내가 그것을 못참는 바람에 일이 커졌다.
원래 나는 말이 지나칠 정도로 직설적이다. 그날도 그랬다. 예를 들어, 왜 그렇게 그들이 집요하게 복수를 하려고 했을까요 하고 손혜원씨가 물은 것은 원래 예상에 없었다. 재벌이 조폭 조직 운영 논리와 비슷하게 운영된다고 한 것은 얼떨결에 즉석에서 나온 답이다. 미리 생각해 둔 질문이었으면 "범죄조직" 이나 "군대조직" 등 좀 더 부드러운 표현을 썼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 대중의 반응은 우리 생각을 훨씬 넘었다. 청문회에서 이완영씨가 보인 행동에 국민이 워낙 반감을 가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내가 한 말은 별다른 것도 아니고 그냥 다들 아는 얘기를 한 것 뿐이다. 물론 요즘은 대중이 원하는 인기발언을 하는 것만으로도 정치 지도자로 추앙받는 세상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것은 내가 전혀 원하지 않는다.
정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기차 지나고 나서 손드는 것 보았나? 정치 하려면 지난 총선에 출마했어야 한다. 뻔한 인기 발언도 하고, 여기저기 몰려 다니고, 이자리 저자리에 기웃거려야 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짓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후배 교수들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들 말에 의하면 일단 정치권에 갔으면 모든 행동이 정치로 해석되는 것인만큼 무조건 국회의원 자리 하나를 꿰찼어야 했다. 일반적으로는 그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식으로 산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반응이 큰 것을 보고 반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발언 때문에 체면이 깎인 측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그들은 여론 조작에 능숙하다. 아예 전담 조직마저 갖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음해성 글들이 카톡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돌아다닌다고 주위 사람들이 복사해서 알려왔다. 증권업계의 과당매매 영업등 비윤리적인 사업방식을 비판하면서부터 시작되었지만, 작년 가을 내 거취를 갖고 부딪쳤을 때 가장 활발히 동원되었던 수법과 같은 방법이다. 마치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제 3자인 척 위장한 사람들이 뒤에서 탄식하는 척하면서 총을 쏘고, 어설픈 기자를 동원한다. 방치하기엔 너무 큰 악재이니 해명하는 것이 어떠냐고 접근해오는 것도 작년과 똑같다. 영화 <대부>에서 돈 코를레오네가 총격을 받고 위험에 빠졌을 때 아들 마이클에서 "화해를 제안하는 자가 배반자"라고 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어쨌든, 예상치 않은 청문회 반응 때문에 거북하다. 제일 불편한 것은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본다는 것이다. 그제도 술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누군가가 알아보고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다. 에휴,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 뒤에서 음해하는 것은 제보가 들어오지만 제풀에 나가떨어질 것으로 본다.
이게 다 그날 아내 말을 안들어서 생긴 일이다. 아내는 그날 아침에도 내게 밖에 나가서 싸우지 말라고 했었다. 내가 20년 전 만든 신 삼종지도(新 三從之道)를 내가 어겼으니 할 말이 없다. 내가 늘 그렇지 뭐.
어려서는 어머니 말을 따르고, 성년이 되어서는 아내 말을 따르고, 늙어서는 딸 말을 따른다.
다들아는 얘기, 당연한 얘기도 하기힘든 사회이기에 반향이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답글삭제다 아는 얘기인데 말하면 문제가 되는 현실... 이라는 점에서 많은 생각이 드네요. 이란 작가의 페르세폴리스였나 하는 데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오거든요. 특히 호메이니 집권 후에. 또, 독재자의 핸드북이란 책에서도 소비에트 연방 당시의 비슷한 예를 들기도 하고요. 당시 사람들이 실제 체험하는 현실과 '말로 표현되는 사회'가 달랐고 그 괴리가 점점 커지다 소비에트가 붕괴하는 데 일조를 했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답글삭제신정국가든 공산독재든, 또 어쩌면 우리가 사는 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도 표현과 현실의 괴리가 커질 때, 이미 모든 사람이 아는 얘기를 아무도 하지 않게 되는 현상이 그 사회의 위기를 드러내는 지표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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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삭제책상을 탁치며
답글삭제바로 저거야
저래야 해 하면서
빵터지게 웃은 일인입니다.
많이 배워서 남주는 스탈~~
페북친추가 안돼
댓글 못달앗는데
여기선 달리네용
홧팅!
어른께 이런말씀 드리기엔 좀 뭐한데요...
답글삭제잘생기셨어요..... 부럽습니다 ㅠ
구수한 입담에서 나오는 직설적으로 표현된 진실이 우리를 시원케 했습니다. 전 캐나다 살아서 뵙지 못하겠지만 언젠가 뵈면 사진 부탁요^^;
답글삭제팩트만 말해도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 가슴 아픕니다만
답글삭제그래도 소신발언 감사드립니다
인생에서 믿고 따라야할 선배님들이 점점 적어지고 있는 요즘 세상에서 이렇게라도 뵙게 되어 다행이고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답글삭제참된 리더의 모습을 보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화이팅 하십시요!
주진형님의 영상을 보다가 블로그까지 찾아 댓글 남깁니다. 경제에 관한 주제에서 나아가 한국 사회에 대한 '신세대로써 좀 바뀌었으면 하는 뿌리 깊은 한국식 문화(로 쓰고 악습)와 문제'들까지 날카롭게 통찰하시는 이야기에 공감했습니다. 학력-이력으로 봤을 때는 소위 '엘리트'시고 제가 사원이면 경영자 직급으로 뵀을 분인데, 마치 동기 친구들과 대화할 때 서로 고충이 이해되는 것처럼 표면적인 것들이 아닌 청년문제에 깊게 통찰하고 계신 것이 흥미롭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정치적인 성향과 이해관계를 떠나 주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제게 새로운 관점들과 인지하곤 있으나 설명할 수 없었던 사실들에 대한 해설과 이해 그리고 깊은 영감을 줬습니다. 망설이지 마시고 하고 싶으신 이야기를 강연해주시고 이야기해주세요. 그것이 어떤 이해관계에 얽혀 의도치 않은 해석으로 대중에게 비친다 하더라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갖고 계신 지식과 관점을 모두 쏟아내주세요.감사와 격려의 말을 정말 즐거웠다는 말로 대신합니다.
답글삭제존경하고 늘 응원하겠습니다!
답글삭제금융인이 진실을 말한걸 처음봐서 팬이 됐어요
답글삭제안녕하세요
답글삭제영상을 통해서 라도 뵙게되어 반가웠습니다
각지고 차가울것같은 분위기와 달리 존경하는분 얘기를 할때 울컥하시는 모습에 저도 덩달아 코끝이 찡~했습니다
따뜻한 분이 경제 정치에 메스를 정확하게 된다면
그나마 좀 위로와 안심이 될것 같아요^^
건강하시고 그런 당당하고 늘 겸손하신 모습 계속 뵙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답글삭제영상을 통해서 라도 뵙게되어 반가웠습니다
각지고 차가울것같은 분위기와 달리 존경하는분 얘기를 할때 울컥하시는 모습에 저도 덩달아 코끝이 찡~했습니다
따뜻한 분이 경제 정치에 메스를 정확하게 된다면
그나마 좀 위로와 안심이 될것 같아요^^
건강하시고 그런 당당하고 늘 겸손하신 모습 계속 뵙고 싶어요
지난 jtbc 드라마 송곳의 안내상의 대사가 생각이납니다.
답글삭제"비겁하고 무력해 보이는 껍데기를 자꾸 흔들고 압박하면 분명히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켜내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것이다."
^^...
삭제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삭제우리사회는 네네 하는사람은 착한사람이고, 옳고 자기주장을 얘기하면 쌈닭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용기내서 말하시길 바라며, 늘 챙겨 보고 있습니다.
답글삭제新 三從之道 아주 아주 공감합니다.
답글삭제제가 아내의 공감능력 반만 가졌어도 엄청 출세 성공 했을것 같습니다..ㅋㅋㅋ
경제알바 통한 강의 ᆢ 듣고 이해 안되면 또 돌려 들으면서 조금이라도 내가 사는 사회의 경제를 이해하려하고 있습니다. 제 맘대로 저의 경제 선생님이 되셨습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나라가 건강해지면 좋겠습니다.
답글삭제바른말 옳은말 소신있게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신분... 제 자신이 초라해지네요. 공선생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행복하세요
답글삭제멋지십니다ᆞ용기있게 소신발언 부럽기도하고 ᆢ
답글삭제난세에 필요한 지식인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항상 소신껏 정의롭게 널리 쓰이는 인재로 굳건히 서 계시길 바랍니다.응원합니다.
답글삭제거침 없는 발언에 통쾌하기도 했지만, 음해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답글삭제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소신있는 발언은 혀끝에서만 나오는게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청문회와 경제민주화 영상 감명 깊게 잘 봤습니다.
답글삭제상당히 깊이 있고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한 내용이라 신선했고, 책 나오면 두고 두고 읽고 싶습니다.
차별화된 지혜와 국민을 배려하는 올곶은 선비 같은 분을 뵙게 되어 영광이고, 이 시대에 꼭 필요하지만 거의 없는 분이신 것 같습니다.
많은 소통 부탁 드리고,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라지만 미천하여.. 다음 생애는 벗으로 만나길 희망합니다. ^^
형님~~, 앞으로도 건강 관리 잘 하셔서 저희들 곁에 오래 머물러 주십시요. 그리고, 맘 내키실 때 지금처럼 블로그의 글로, 인터넷상의 방송으로 형님의 생각과 통찰, 그리고 육성을 들려 주십시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같은 대한민국의 국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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