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경제 성장 정책>
서울대 김세직 선생의 조선일보 기고문이다. 그의 주요 연구 분야는 장기 경제성장론이다.
그는 한국이 장기 성장률을 제고시키고 싶으면 부양책에 매달리지 말고 인적자본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에 의하면,
'한국 경제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되는 정확한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기술과 인적 자본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기업과 근로자의 '창의성'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인프라가 발달하지 못했다. 기업이건 근로자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다. 그러나 암기와 문제풀이 중심의 교육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장려하고 보호하는 법과 문화가 취약한 상황이 기술의 진보와 인적 자본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
내 생각과 전적으로 일치한다. 설비와 공장에 투자하고, 도로와 부동산에 투자해서 경제성장을 계속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인은 허황된 성장 정책으로 국민을 홀리고 있다. 이명박의 747 정책이 그 대표적인 예이고, 현 정권의 대표적 헛소리인 창조경제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은 양당에게 성장 정책을 내놓으란다. 그래서 모두들 한탕주의 성장정책을 찾느라 거리를 헤매고 있다. 그래서는 진정한 성장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진정한 성장 정책은 바로 인적 자본 개발에서 찾아야 한다. 창의성을 살리는 제도적 인프라를 발전시켜야 한다. 저번에 언급한 것과 같이 한국의 인력구조에 빈티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 마흔만 넘어도 직접 글을 쓰지 않아 전문사무직에 있는 사람들이 조로하고 생산성이 급격히 퇴보한다는 것, 조직의 리더를 너무 자주 갈아대어서 안정적인 조직 발전이 어렵다는 것 등도 다 이와 연관된 얘기다. 사회가 이중구조화 되어서 젊은 사람들이 아예 직장 경험을 통해 역량을 기르기 어렵다는 것도 같은 성격의 문제다.
김세직은 교육제도도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회사에서 사람을 뽑으려고 해도 막상 쓸만한 사람이 적다는 불만을 한 지도 오래되었다. 이번에 우리 회사도 원래는 30명을 뽑으려고 했지만 사업부 판단에 함량 미달이라고 생각해서 일부 사업본부에서는 애초 계획보다 덜 뽑기로 했단다. 본인들은 취직 시험 준비를 열심히 했지만 회사에서 보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앵무새 같았다고 한다.
그는 주로 학교 교육을 염두에 두었겠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사회에 나온 후 교육도 마찬가지다. 사회인 교육이 너무 취약하다. 내가 회사에서 주로 주안점을 두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효율적인 경영 체제를 갖추고 직원 역량을 길러서 성과를 내자고 했다.
직원들 역량 개발 방식을 바꾼 것도 그 이유였다. 중앙에서 계획하고 통제하면서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해 늘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직원들로 하여금 자기가 받고 싶은 교육프로그램을 자기가 선택하게 했다. 처음 2년 동안에는 직원들 한달 치 월급의 50%에 달할 때까지는 전액 회사가 부담하고, 그 다음 50% 까지는 회사와 직원이 반반씩 부담하도록 했다. 올 해부터는 약간 바꾸어서 회사 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자기가 20% 를 부담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니 교육비가 과거 보다 4배 증가했다.
한국 회사는 직원 교육 투자에 인색하다. 지배구조의 비효율성 탓이 크다. 3년만 하고 가는 사장은 교육에 투자할 유인이 없다. 사실은 투자이지만 회계상 당해년도 비용으로 잡힌다. 투자한 성과가 날 즈음이면 자기는 자리에 없다. 그 덕에 오른 생산성 증대 효과는 자기가 못 누린다.
지배구조와 인센티브 체제를 다 바꾸어야 한다. 원래 인적 자본 투자는 그 성과가 늦게 나타난다. 그래서 사회의 지배구조와 인센티브를 바꾸어서 지도자가 안정적으로 조직을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우리가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다 연결되어 있다. 이건 좀 알고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