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7일 수요일

쉬운 해고와 실업보험, 무엇이 먼저인가

한국에서는 모두들 해고요건 강화에 대한 찬반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핵심은 실업보험과 적극적 노동정책이다.
 
 
실업보험을 강화하지 않은채 해고를 쉽게 허용하면 수많은 인권 침해와 사측의 횡포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수 없게 된다. 노조 조직률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대량 감원을 할 때 희망퇴직금을 주는 것은 일종의 실업보험이다. 공동 보험으로 내는 것이 아니라 각 개별 기업이 내는 것이 다를 뿐이다. 1-2년치 봉급을 희망퇴직금으로 지불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사정 때문에 감원까지 고려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이다. 원래 그래서 공동으로 부담하는 실업보험이 나왔다.


게다가 이런 명퇴금은 대개 대기업 또는 은행, 그리고 공기업에서나 준다. 가뜩이나 노동시장이 이분화 되어 있어 불공정한데 실업보험 마저 이들 기업에 다니는 소수의 근로자만 혜택을 본다. 독과점적 경제 체제에 빌붙어 직장에 다닐 때도 특권을 누리다가, 심지어 소속된 회사가 어렵거나 자기의 생산성이 임금과 너무 큰 차이가 나서 그만 둘 때도 특권을 누린다. 불평등의 극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주류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실업보험에 무관심하다. 주위에 물어보면 한국의 실업보험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대강이라도 아는 사람이 없다. 자기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철썩같이 믿는 것 같다.


그대는 아는가? 실업보험금이 얼마나 쥐꼬리만한 지 그대는 아는가? 아이가 곧 대학을 가는 가장이 직장을 잃으면 우리가 얼마나 턱없이 낮은 실업보험금을 주는지 그대는 아는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금방 끝나는 지 그대는 아는가?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보통은 당황한다. 양심적인 사람들은 겸연쩍해하고 미안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리 분위기를 깨는 사람 취급한다.
실업보험제도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 그것부터 처리하고 나서 해고 요건을 약하게 바꾸어야 한다. 그게 온당한 일의 순서다.


오죽하면 세상 사람들 사이에 구조조정의 전문가라고 알려진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하겠는가.

(끝)

이 글에 대하여, Jae Wook Nahm 씨는 다음과 같이 댓글을 달았다.

실업급여에는 상한선(일 4만3천원)과 하한선(최저임금의 90%)이 있어서 원래의 소득대체율인 50%는 거기에 걸리지 않는 사람에게만 해당합니다. 이번에 올리겠다는 건 이 50%를 60%로 한다는 것이지요. 반면 하한선은 최저임금의 80%로 내리는 안입니다. 문제는 2014년 기준으로 상한에 걸린 사람이 약 27%고 하한에 걸린 사람이 거의 2/3이라서 50%에 해당하는 사람은 5.5%밖에 안됐습니다. 그러니 5.5%를 올려주고 2/3은 삭감한 후에 급여를 올렸다고 하는 것이지요.

아래는 한겨레21에 실린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에 관한 기사다.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40423.html

서비스 선택제 시행 이틀 후

서비스 선택제가 예상보다도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시행 첫날인 월요일에도 바뀐 시스템을 모르고 소액 주문을 빈번하게 하다가 수수료가 아주 높게 나온 고객이 극소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다음 날인 어제부터는 완전히 사라졌다.
월요일 주문에 대한 결제일은 오늘이다. 통지된 수수료를 보고 연락을 해 온 고객은 단 2명. 한 분은 32번 주문해서 수수료가 22만원 나온 것을 보고 연락한 분이 계시고, 또 다른 고객은 8번 주문해서 5만 6천원이 나왔다고 한다. 두 분 모두 바뀐 제도를 설명드리고 이번에 한해서 예외 처리해드렸다고 한다.

시행 첫날 상담계좌 고객으로서 거래를 한 고객은 약 300명, 비상담 계좌를 선택해서 건당 정액 수수료를 적용받는 거래를 한 고객은 4천여명, 고자산 헤비 트레이더로서 협의 수수료 적용를 받는 고객은 오늘 현재 약 3백명이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총 자산이 3천만원 이하로서 작년부터 콜센터로 이관된 고객 중 소액 거래를 하는 분들이다. 그들 중에서도 3~500만원을 주문하면서 가끔씩 거래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예를 들어 과거에 500만원을 거래했다면 2,000 + 500만*10bp = 7,000원이므로 정액수수료와 거의 비슷하다.

또 중요한 것은 과거 온라인 거래 건수의 50%를 차지하던 100만원 미만 주문 고객이다. 이 고객들은 거래 건수는 많아도 막상 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다. 이 100만원 미만 소액 거래 건수가 이틀 사이에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건당 주문 액수는 오프라인, 온라인 모두 늘었는데, 특히 오프라인에서 훨씬 크게 늘었다. 온라인 건당 주문액도 역시 늘었는데 이틀째인 어제 벌써 60%의 거래 건수가 500만원 이상 주문이다. 이들은 정율을 폐지한 덕분에 수수료가 인하된 혜택을 받고 있다. 이것은 정액제로 바뀐 콜센터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초로 시행하는 허들 가격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하루 거래 금액을 3천만원 단위로 나누어 각 허들을 넘을 때까지는 2만원만 내고 얼마든지 거래를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소액 주문을 많이 내는 고객으로서는 한번 가입해서 자기에게 맞는지 시도해볼 만 하다.

아직은 시행한지 사흘째 밖에 안되어서 속단하기 이르지만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정착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효율성은 벌써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임대소득 면세 정책의 폐해를 이제야 언론이 깨달았단다.

임대소득에 대한 면세정책의 정치경제적 함의를 어렴풋이나마 언론의 똑똑한 기자가 드디어 깨닫기 시작하는 듯. 아니면 막상 자기가 당해보니까 이제야 깨달았을 수도.

한가지 오해. 기자는 정부가 몰라서 안하는 것처럼 썼는데 실제로는 다 알면서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 정책의 부작용이 아니라 의도된 효과다.

가진 자의, 가진 자를 위한, 가진 자에 의한 정책이라는 것을 언론은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 하는 것일까?

궁금할 정도다.

아래는 조선일보 김흥수 기자의 글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06/2015100603997.html

인터뷰 관련 추가 설명

어제 경향신문이 인터넷에 올린 일요일 인터뷰 전문 중에 오해 소지가 큰 부분이 눈에 띈다. 추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 우리 회사는 집단지도체제다. 나와 네 부사장, 그리고 한분의 상임 고문이 팀으로서 공동 경영한다. 이분들은 다른 증권사의 사장으로 일해도 자격이 충분한 분들이다. 나는 이 팀을 만드는데 제일 공을 들였다. 재무 성과가 나도 대부분은 이 분들 덕분이다.

재무적 성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실렸다.

“IB 부분이 제가 오기 전에 1년에 250억 장사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들어오고 나서 450~500억 정도 됐죠. 트레이딩은 300~400억정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중국 시장이 좀 주춤해서 문제지만, 상반기엔 500억 정도였고요. 리테일부문은 제가 올 때 500~600억 정도 적자였습니다. 작년은 과당매매 금지해서 300억 줄었고. 올해는 장이 좀 좋아서 150억 정도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여전히 적자이긴 합니다. “

여기서 IB 사업부의 실적은 순영업수익을 말하는 것이다. 즉 자금 비용을 뺀 순매출이 250억에서 450~500억으로 성장했다는 뜻이다. 비용은 거의 늘지 않았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이것은 오희열부사장과 그의 동료들이 이룬 성과다. 내가 한 것은 거의 없다.

이에 반해 트레이딩에서 과거에는 연간 300~400억 벌고 있었는데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500억 벌었다는 뜻은 순영업수익이 아니라 세전 순이익이 그렇다는 뜻이다. 순영업수익은 더 크다. 이 역시 별다른 비용 증가 없이 이룬 성과다. 이는 작년 여름에 합류한 정해근 부사장과 그의 동료들이 이룬 것으로 내 공은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리테일은 부임 당시 1,000명이 일했는데 연간 600억 적자를 내고 있었다. 직원 한명 당 평균 연봉이 7,000만원인데 반해 적자는 인당 6,000만원이었던 것이다. 비용의 대부분이 이래저래 직원 수와 연동 되어 있으므로 직원 수를 줄이지 않고 버틸 수가 없었다.

나는 당시 우리 회사를 배에 비유하면서 갑판에는 큰 불이 났고, 밑으로는 여러 구멍으로 물이 샌다고 했다. 리테일의 대형 적자가 갑판의 큰 불이었다. 과다하게 높았던 판매관리비와 비효율적이고 불투명한 성과관리 체제가 바로 물이 새는 구멍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장비와 서비스 비용 및 인건비를 포함한 전체 IT 비용을 계산해보니 연간 약 500억을 쓰고 있었다. 총 판매관리비 (2,200억원)의 23%에 해당했다. 다른 증권 회사는 이것이 보통 10% ~ 13% 정도 된다. 우리금융 IT 자회사인 우리 FIS 전 사장인 권숙교고문을 포함한 핵심 간부 세 분을 영입해서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도 동시에 비용을 연간 300억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지난 2년간 노력해왔다.

리테일은 여전히 적자로서 올해는 200억을 넘기지 않으려고 올해 초에 합류한 권용관 부사장과 다른 임직원들이 노력 중이다.우선 과당매매를 막으면서 작년만 해도 연간 오프라인 주식 수수료 수익이 300억원 감소했다. 2년 전에 시작할 때 이미 알고 시작한 일이다. 올해는 더 줄었을 것이다. 자산도 약 2조 줄었다.

그러나 증권사 고객 자산 중에는 외형적인 실적을 위해 대주주가 소유한 주식을 유치한 것들이 많다. 숫자를 맞추기 위해 초저가 수수료 할인을 약속하고 유치한 고객 자산도 많다. 무수익성 자산들이 많다.

작년부터 지점의 성과 평가를 목표 대비 달성도가 아니라 수익 대비 비용율(Cost-Income Ratio)의 상대적 순위로 매기기 시작했다. 더 이상 무의미한 자산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과당매매를 금지했고,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의 인정 수익을 선취 수수료가 아니라 자산 규모에 동일한 인정 수익률을 적용하니 펀드를 자주 갈아타게 유인을 한다고 해서 실적으로 인정하는 수익이 늘지도 않는다.

즉 우리의 리테일 수익은 고객 보호를 하면서도 번 돈이다. 자산이 줄어도 수익만 늘면 된다. 이제는 모두 떳떳한 돈이니까.

종합하면, 낭비요소를 줄이고, 비용증가 없이 수익은 늘려 이익을 증대시키는 중인데 리테일은 여전히 구조 개혁 중이다.

경향신문 인터뷰 전문

경향신문은 인터뷰를 지면에는 축약한 형태로 실었다. 이제 보니 인터넷에는 전체 인터뷰를 올렸다.

서비스 선택제의 의미, 직원들의 불안감과 반발의 원인, 앞으로 어떻게 고객과 직원과 회사가 상생하는 구조로 만들 것인지 등을 설명하려고 했다.

[전문] 주진형 사장 인터뷰 “한화그룹 내년까지 남은 임기 약속, 레임덕은 신경 안 써”

이인숙·고희진기자 gojin@kyunghyang.com
입력 : 2015-10-05 11:21:57수정 : 2015-10-05 11:21:57

“레임덕이라는 얘기가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에 지점장들과 만날 때 일부러 신발을 벗고 절뚝거리면서 들어갔죠. 다리를 저는 오리라도 하늘은 날 수 있습니다. 다리가 다친 것 뿐이니까요”

최근 증권업계 화제의 인물인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56)을 지난 4일 오후 1시 여의도 한화증권 본사 사장실에서 만났다. 본인 스스로 회사 구조개혁을 위한 완성판이라 말하는 서비스선택제는 오는 5일 도입을 앞두고는 내부 임직원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친 상태다. 임기를 반년 정도 남겨놓고 그룹으로부터 ‘경질설’에 휘말려 있는 그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는 것일까. 약 두 시간에 걸쳐 이뤄진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싣는다.

-최근 서비스선택제에 반대하는 지점장 등 4명에게 대기발령을 내렸다. 뜻을 밀어붙이기 위해 과도한 직원 징계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직원들이 반대하는 건 당연해요. 반대를 두 가지 측면에서 보자면. 개인적인 이해가 하나 있을 것이고 하나는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도 있을 수 있고요. 하지만 최근에 이렇게 반발이 심한 것은 좀 이상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 선택제가 10월에 시행한다는 것을 놓고 1~2년 전부터 얘기해왔던 거고 몇 개월 전에는 이것과 관련해서 공개적으로 얘기도 했는데, 9월 중순 들어서 갑자기 임직원들의 반발이 심해진 건, 아무래도 후임자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 아닌지. 만약 현직 사장 임기가 2~3년 남았다면, 혹은 내년 3월까지만 가더라도 그렇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을 하죠.”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가 4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color@kyunghyang.com


-직원들이 반대하는 이유 중에 건별 정액제로 바꾸게 되면 소액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는 일견 일리도 있어 보인다.

“이익성으로 따지면 소액 단타 고객들은 회사에 비용을 많이 부과하지 수익은 안 되는 면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합리적 경영을 한다고 하면 굳이 비용만 많이 드는 고객을 받고 싶겠어요? 그럼에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건 일부 직원들이 회사, 지점, 사업본부의 이익과 상관없이 자신의 실적만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회전율이 높으면 이게 실적으로 잡히니까 실제 회사에 수익은 가져다 주지 않는 고객을 가지고 실적으로 쌓아 임금을 받는 건데, 이건 고객에게나 직원에게나 회사에게나 사실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건 아니죠.

-소액 단타 매매 고객이 이탈하는 건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인가.

“소액 투자자 이탈은 의도한 효과에요. 그걸 반대 이유로 삼으면 대화가 안 되는 거죠. 실적이 회전율 기준이기 때문에 수익성 없는 고객인데도 회전율 높으면 일을 하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런 고객이 이탈하고 회사에 이익은 안 되지만 회전율 높은 사람들이 없어지면 ‘그럼 나는 뭐 했다고 말하지? 그 지점 없어도 되는데? 그럼 지점 통폐합도 하는 건가?’라고 걱정할 직원들도 있죠. 하지만 과도기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저는 직원들에게도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할 생각입니다. 서비스선택제 도입 이후 3개월 동안 만들어야 되는 연봉제 성과보상제 재설계. 이게 남아 있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직원들은 서비스선택제가 고객을 유출하고 그로 인해 임금도 감소할 것이라 우려하는데?

“서비스선택제로 인해서 온라인 고객의 성과를 그냥 깔고 있던 직원과 열심히 고객과 만났던 직원이 나눠지죠. 저성과자가 드러나는데 못된 경영진이라면 그냥 임금을 깎아 버립니다. 저는 안전장치를 만들려고 합니다. 직원들이 숨 쉴 수 있는 곳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구조조정에 대한 문제는 제가 우리금융에 있을 때부터 항상 생각해오던 겁니다. 일부 증권사는 그냥 임금을 깎았어요. 연봉제 도입하면서 저성과자 30%씩 깎는 거죠. 제가 한화에 들어왔을 때 450명 정도가 나가야 됐어요. 그런데 제가 350명만 정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적자가 나면 5%의 저성과 직원한테 최대 10%의 연봉을 깎을 수 있는 권한을 받았죠. 이걸 가지고 있어야 나머지 직원들에 대한 투자나 뭐든 가능해져요. 노동유연성이 있어야 직원들도 양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서비스선택제 이후에 그룹과 이와 관련된 마지막 협상을 그룹과 하고 있는 겁니다.”

-마지막 협상이라는 게 연봉제 전환에 따른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하고 갈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11월 주총에서 여승주 부사장이 공동대표로 선임될 것이란 얘기가 있던데?

“두고 봐야 알 일이죠. 지난주 그룹에서 저한테 얘기하기로는 내년 초까지 단독 대표이사로서 수행하고 성과 평과와 인사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얘기했거든요. 여승주씨는 사내이사로 선임하되 그 사람한테 어떤 임무를 맡길지는 나에게 일체 맡긴다고요.”

-지금 주 사장이 레임덕이라고 한다.

“레임덕이라는 얘기가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주에 지점장들과 만날 때 일부러 신발을 벗고 절뚝거리면서 들어갔죠. 레임덕(다리를 저는 오리)라도 하늘은 날 수 있습니다. 다리가 다친 것뿐이니까요. 오히려 레임덕이 되니 직원들의 솔직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 지점장은 제게 대놓고 ‘사장님이 레임덕이라 안 되는 겁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레임덕 현상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그룹이랑 마지막 협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구조개혁의 후속작업이 남아 있다면 연임을 욕심냈어야 하지 않나.

“그래서 한편으론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여정으로 치면 최종 정착지까지 데려가지고 못하고 끝내는 거니까요. 직원들 입장에서 불안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직원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것도 다 이해한다니까요. 그런데 근본적으로 옳은 길이예요.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것. 그것부터 시작해야 해요. 직원들과 저의 이해로만 모든 걸 풀면 안 풀려요. 회사는 고객을 위해 있지 직원들 연봉을 유지하려고 있는 데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무엇이든지 지금 쥐고 있는 걸 놔야 새로운 걸 쥘 수 있지 않습니까? 씹던 껌을 뱉어야 새 껌을 씹을 수 있습니다. 육지에 상륙을 하려면 배에서 내려와야죠. 누군가는 해야 될 거고. 그러면 직원들에게 선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하는 게 낫죠. 제가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나가면 후임 사장은 그냥 예전에 하던 대로 대량 감원 혹은 성과 압박을 할 겁니다.”

-지금에 정부가 추진하는 소위 ‘쉬운 해고’라는 노동개혁도 방식도 문제가 있지 않나.

“그럼요. 각자의 이해만 생각을 하지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해서 디자인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걸 하는 사람이 없는 거죠. 물론 그 과정에 어느 나라라고 대단하게 대화를 했겠습니까? 하지만 뻔히 다른 나라가 가는 길을 보면 첫 번째가 안전장치를 만들어 줘야죠. 그래야 노동이 유연해지지. ‘유연하게 합시다, 그런데 안전장치는 나중에 해줄게’ 이게 얘기가 되나요? 실업보험이나 사회보험제도에 대한 투자를 해야 노동제도에 대한 유연성의 가능성을 얘기하는데, 그건 안 하면서 노동의 유연성만 말하면 균형이 안 잡히는 사고방식이고 단호하게 밀어붙이기만 하는 거죠. 시작부터 잘못하는 거죠.”

-임기 동안 한 일 중 가장 의미를 두는 것이 있다면.

“서비스선택제입니다. 2년 동안 제가 구상한 것의 최종점이죠. 이것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고. 서비스선택제 이후에 연봉제 성과보상제 재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증권업계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가 과당매매와 펀드 갈아타기인데 그걸 못하게 했습니다. 고객의 회전율을 높여서 내는 이익은 고객의 불만과 눈물만 먹고 남기는 ‘나쁜 이익’ 이니까요. 지금까지 서비스선택제가 없을 때는 직원들이 온라인 고객이랑은 아무 관련도 없으면서 그 고객에서 나오는 수익을 내 것이라고 깔아놓고 갔던 거죠. 이걸 이제는 투명하게 만드는 거예요. 서비스선택제는 고객을 기준으로 하는 서비스 방식이죠. 고객에게 묻는 겁니다. “당신은 이 회사와 상담 관계를 맺을 거냐? 비상담 관계를 맺을 거냐? 주식에 한해서는 고객으로 하여금 선택하게끔 하는 거죠. 병원으로 치면 의사한테 특진을 받을 거냐 아님 일반 진료를 받을 거냐 그런 거죠.”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가 4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color@kyunghyang.com


-지금까지 한 일들이 얼마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하나.

“경영은 결과로 얘기해야 합니다. 인풋으로 얘기할 수 없어요. 얼마나 이뤘는지 당장은 모릅니다. 그럼에도 세 가지로 나눠보면 리테일(영업), IB(기업금융), 트레이딩(주식거래 중개) 세 부분이 있는데요. IB 부분이 제가 오기 전에 1년에 250억 장사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들어오고 나서 450~500억 정도 됐죠. 트레이딩은 300~400억정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중국 시장이 좀 주춤해서 문제지만, 상반기엔 500억 정도였고요. 리테일부문은 제가 올 때 500~600억 정도 적자였습니다. 작년은 과당매매 금지해서 300억 줄었고. 올해는 장이 좀 좋아서 150억 정도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여전히 적자이긴 합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마음먹고 돈을 안 벌겠다고 작정하고 들어왔잖아요. 우리가 생각하는 변화는 이런 겁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과당매매하면 이익은 날지 모르지만 그건 나쁜 이익이라는 거고 의미가 없죠. 고객의 불만과 눈물을 먹고서 남긴 이익이라면. 좋은 이익을 위해서 단기간의 적자는 참아내는 겁니다.”

-본인의 개혁이 증권업계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

“자기 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면 어깨에 힘 들어가고 발이 꼬여요. 그냥 단순하게 자기 앞의 문제를 풀면 돼요. 내가 맡은 건 한화투자증권이지 한국 증권계가 아니에요. 한국 증권계는 일종의 매트릭스 구조입니다. 고객은 고객대로 탐욕에 빠져있고 경영진은 단기 이익에 몰두하고, 직원은 직원대로 약자니까 내 돈이나 챙기고 말자 이럽니다. 이 매트릭스에서 누구 하나 어떻게 헤어날 수 없어요. 이 구조에선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도 행복하지도 않아요. 어디를 고쳐야 나머지가 하나씩 풀릴까 그런 생각을 할 뿐인 거죠.”

-너무 앞서간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선?

“주변의 반응, 그걸 왜 다 신경 써요? 무슨 의미가 있죠? 도리어 다른 회사랑 달라야 살지. 우리 회사는 랭킹 13위예요. 똑같은 방법으로 경쟁해서 이기겠다? 시장을 달리하든 고객을 달리하든 다르게 해야 살아남습니다.

처음 그룹에서 오라고 했을 때 그룹 사람들이 질문 하길 ‘한화그룹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로서 한화증권이 필요하냐’고 했습니다. 제가 ‘아니다’라고 하니 그럼 ‘팔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제가 ‘파는 게 낫다’고 하니 ‘지금 팔 수 있냐?’ 물어서 ‘리모델링해서 고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적자를 500~600억 내는 업체는 한가지 문제가 있는 게 아닙니다. 고치려면 시간이 많이 듭니다. 이게 어려우니까 대부분 그냥 대규모 감원하고 만단 말이에요. 근데 이렇게 하면 문제가 다시 생깁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구조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최소 3년은 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화증권이 10년간 사장이 6번째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임기를 3년으로 못박았고요. 개혁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전산구입처를 한화그룹의 계열사인 한화S&C에서 다른 곳으로 바꾸려 해서 그룹의 미움을 샀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대로 추진하는 건가.

“저는 한 번도 (어느 업체로 바꾼다고) 공식적으로 회사 이름 얘기를 한 적이 없어요. 저는 옳다고 생각하면 그냥 해요. 이해관계 따지지 않아요. 덥썩덥썩 하진 않고 천천히 하죠. 증권사들이 전산 용량이 굉장히 커요. 그런데 그걸 그냥 가지고 있으면 유휴자본이에요. 그래서 이걸 그냥 다른 업체에 맡기고 우리는 수도세 내듯 쓰는 만큼만 돈을 내자 그런 거죠. 그게 합리적이잖아요? 그래서 그걸 한화S&C에 얘기한 겁니다. 그런데 그쪽에서 그걸 잘 받아들이지 못했고. 저는 그럼 협상을 기존의 한화S&C와 일대일로 하던 것을 다른 기업들도 참여해서 일대다로 하는 걸로 바꾼 거죠.”

-한화증권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리포트를 냈을 때 나타날 반응이나 상황을 충분히 예상했을 텐데 그럼에도 한 이유는.

“당연히 예측했죠. 다만 안 하면 창피하니까 하는 게 옳은 거니까 한 겁니다. 뭐든지 각오를 하면 돼요. 삼성물산 건은 하도 아무 말도 안 해서 심통이 난 거죠 제가. 누구라도 말했으면 우리도 부드럽게 가려 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잖아요. 그 당시 합병이 안 될 가능성도 꽤 있었고. 의결 자문기관의 반대들이 쌓여가고 있었고요. 그런데 언론이든 뭐가 됐든 여기에 이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센터장한테 누가 보기에도 이상한 짓이 벌어지는 데 어떻게 말 한마디도 안 하고 넘어갈 수 있느냐고 얘기했죠”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가 4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color@kyunghyang.com

-‘독불장군’ ‘독단적이다’라는 주변의 평가에 스스로 동의하나.

“그렇죠...그럴 겁니다. 그런데 독단이 문제가 되는 건 그게 나쁜 짓일 때 문제가 되는 거 아닐까요?. 다른 사람이 다 반대하지만 그걸 결정해서 모두에게 그 결과가 좋으면 비록 자신한테 안 좋아도 그걸 독단으로 봐야 합니까? ‘고객으로부터 수익을 창출해야 된다.’ 저는 이 말을 제일 싫어합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게 우리나라 증권 보험, 금융만이 아닐 거에요.”

-의사결정은 주로 어떻게 하시는지?

“부사장들 넷이랑 얘기해가면서 결정합니다. 여긴 집단경영체제니까요. 물론 중요한 결정은 제가 하는 적이 있지만. (우리금융지주 등에서) 황영기씨를 사장으로 모시고 일할 때 복잡한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실수하지 않는다는 걸 다 경험했습니다. 최종 의사결정은 최대한 미뤄서 합니다.”

-주로 페이스북으로 소통하는 것 같다.

“제가 하는 일이 기존의 한국 사회 문화와 다르잖아요. 별의별 오해의 뜻을 줄이려고요. 이게 무슨 뜻으로 하는 거라는 걸 알리려고 하는 거죠. 2007년에 제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고 쉬었잖아요. 그때 딸이 아버지는 어디다 글이라도 쓰고 하면 좋을 텐데 하길래 ‘그래 그럼 너는 좋은 대학교 가게 노력하고 나는 블로그를 하겠다 해서 시작했다가 관뒀고. 페이스북은 이번에 한화증권 들어오면서 제가 하는 일을 사람들에게 오해 없이 이해시키기 위해서 시작한 거죠. 임기가 끝나면 페이스북을 다시 접을 수도 있죠.”

증권사 리서치 센터의 독립성

한화투자증권 증권사 리서치 센터의 독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기자가 있다고 한다.

한화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삼성물산의 합병이 주주들 이익에 반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었다. 그런데 삼성물산 합병에 관한 보고서를 내가 쓰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면서 그것이 리서치 센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의 제기를 아직도 한단다.

왕이 벌거벗고 돌아다니는데 아무도 말을 못하고 있었다. 저건 좀 이상한 거 아닌가? 그래서 옆의 사람에게 당신 눈에는 어떻게 보이냐고 물었다. 그가 벌거벗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도리어 그 질문을 한 사람과 그 말을 한 사람에게 시비를 걸고 있다.

증권회사 경영진이 경제나 금융의 특정 이슈를 다루어 줄 것을 리서치 센터에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흔한 일이다. 그것을 갖고 리서치센터의 독립성 운운하며 시비를 거는 것 자체가 우스운 짓이다.

그걸 갖고 시비를 걸 것이면 차라리 삼성물산 합병을 침을 튀겨 가며 옹호한 다른 증권사 사장들과 리서치 애널리스트에게 그 질문을 해야 한다. 그들은 자기 회사의 리서치 센터의 독립성을 보장했나? 언제부터 그들이 그렇게 리서치 센터의 독립성을 존중했나? 그렇게 독립적인 리서치 센터라면 왜 모두 매수 추천 일색인가?

삼성 측에서 제공한 주장을 앵무새처럼 흉내 내어 반복하던 그 사람들이 정말 독립적인 판단으로 그랬을까? 우리 회사를 제외하고 국내 증권사가 모두 찬양 일색이었는데 그게 더 창피한 게 아닌가? 누군가가 자본시장에서 법제의 구멍을 이용해 도둑질을 하는데 모두들 아무 말도 안 하고 딴청을 부리고 있었는데, 같은 한국인으로서 멀뚱멀뚱 보고만 있는 것이 수치스럽지도 않았나?

그런 우리에게 리서치 독립성을 따지다니,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유분수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정말 그들 눈에는 그런 것도 안 보이나?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듣고 온 것일까? 누가 그런 소리를 처음 했는지 모르지만, 아직도 그런 질문을 하다니! 정녕 그들은 일말의 수치심도 없는가?
김영란 전 대법관이 한국 사회를 "엘리트 집단에 의한 담합 체제"라고 했었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면 그것을 튀는 언동이라고 치부하고, 설화를 뿌린다고 비판하는 자들이야말로 그 담합 구조에 빌붙어 사는 자들이다.

한국 사회, 병이 깊다, 정말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