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7일 수요일

증권사 리서치 센터의 독립성

한화투자증권 증권사 리서치 센터의 독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기자가 있다고 한다.

한화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삼성물산의 합병이 주주들 이익에 반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었다. 그런데 삼성물산 합병에 관한 보고서를 내가 쓰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면서 그것이 리서치 센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의 제기를 아직도 한단다.

왕이 벌거벗고 돌아다니는데 아무도 말을 못하고 있었다. 저건 좀 이상한 거 아닌가? 그래서 옆의 사람에게 당신 눈에는 어떻게 보이냐고 물었다. 그가 벌거벗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도리어 그 질문을 한 사람과 그 말을 한 사람에게 시비를 걸고 있다.

증권회사 경영진이 경제나 금융의 특정 이슈를 다루어 줄 것을 리서치 센터에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흔한 일이다. 그것을 갖고 리서치센터의 독립성 운운하며 시비를 거는 것 자체가 우스운 짓이다.

그걸 갖고 시비를 걸 것이면 차라리 삼성물산 합병을 침을 튀겨 가며 옹호한 다른 증권사 사장들과 리서치 애널리스트에게 그 질문을 해야 한다. 그들은 자기 회사의 리서치 센터의 독립성을 보장했나? 언제부터 그들이 그렇게 리서치 센터의 독립성을 존중했나? 그렇게 독립적인 리서치 센터라면 왜 모두 매수 추천 일색인가?

삼성 측에서 제공한 주장을 앵무새처럼 흉내 내어 반복하던 그 사람들이 정말 독립적인 판단으로 그랬을까? 우리 회사를 제외하고 국내 증권사가 모두 찬양 일색이었는데 그게 더 창피한 게 아닌가? 누군가가 자본시장에서 법제의 구멍을 이용해 도둑질을 하는데 모두들 아무 말도 안 하고 딴청을 부리고 있었는데, 같은 한국인으로서 멀뚱멀뚱 보고만 있는 것이 수치스럽지도 않았나?

그런 우리에게 리서치 독립성을 따지다니,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유분수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정말 그들 눈에는 그런 것도 안 보이나?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듣고 온 것일까? 누가 그런 소리를 처음 했는지 모르지만, 아직도 그런 질문을 하다니! 정녕 그들은 일말의 수치심도 없는가?
김영란 전 대법관이 한국 사회를 "엘리트 집단에 의한 담합 체제"라고 했었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면 그것을 튀는 언동이라고 치부하고, 설화를 뿌린다고 비판하는 자들이야말로 그 담합 구조에 빌붙어 사는 자들이다.

한국 사회, 병이 깊다, 정말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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