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6일 화요일

탱자의 변명: 주택금융공사의 거짓말

금융주택공사의 거짓 해명에 대해 재반박하기로

요즈음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은 적격대출이다. 금융정책패널이 그 적격대출의 문제를 지적하자 주택금융공사가 당일 반박자료를 내놓았는데 그야말로 문제의 촛점을 흐리기 위한 의도적인 왜곡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었다. (또 하나의 탱자, 적격대출)

패널에 참여하는 학자들끼리 논의 끝에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세운 공사가 사실을 왜곡하는 해명자료를 내는 것을 그냥 놔두면 안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언론이 사실 파악을 하지 않은 채 공사의 반박자료를 그냥 옮겨 적은 것도 영향을 주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언론이 제대로 문제를 인식할 것 같기에.

이번에는 동국대의 강경훈 교수와 중앙대의 박창균 교수가 같이 쓰기로 했다. 이들이 쓴 반박문에서는 저번 블로그에서 얘기한 것에 더해서 수수료에 대한 공사의 거짓말도 더 자세히 지적하기로 했다.

조선일보가 이를 받아서 자체 조사 끝에 기사를 내었다. (여기) 그 기사에 의하면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 비율이 52%다. 그런데 이 기사는 수수료에 대한 얘기는 건너뛰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수수료에 대해 얘기해보자.

너무 높은 대출 수수료

대출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패널의 지적에 대해 주택금융공사는 미국의 경우 취급수수료 100bps, 채권관리수수료 25bps, 합계 125bps가 수수료 총합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취급수수료 60~70bps, 채권관리수수료 10bps, 합계 70~80bps이어서 한국이 더 싸다고 했다.

엉터리도 이런 엉터리가 없다.

우선 논의의 틀이 잘못되었다. 취급수수료(underwriting fee)는 대출 발생시 한번만 발생하는 비용이고, 채권관리수수료(servicing fee)는 대출잔액이 남아있는 동안 매해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성격의 수수료를 공사는 합산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은행은 취급 수수료로 고객에게서 일회적으로 100bp(1%)를 받지만 그 후에는 연간 25bp만 부과한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125bp가 수수료 총합이라는 공사의 주장은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한국의 경우도 오류 투성이다. 우리가 알기로는 취급수수료는 보통 120bp다. 신문들도 모두 취급수수료를 120bp라고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지금까지 공사가 그렇지 않다고 한 적은 없다. 그런데 이번 반박문에서 공사는 이것이 60~70bp라고 했다.

굳이 좋게 해석해주면 서류 상의 만기와 상관없이 2~3년 만에 상환이 되기 때문에 한번 발생한 취급수수료를 연율로 환산하면 60bp~40bp라는 뜻에서 한 얘기일 수는 있다. (지금까지 경험 상 적격대출과 비슷한 보금자리론의 평균 만기가 3년을 겨우 넘었다.) 그러나 아무런 설명 없이 일회성 비용과 반복성 비용을 합산하는 것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관리수수료에 대해서 말하면, 우리가 입수한 공사 자료에 의하면 이것이 50~60bp라고 한다. 그런데 공사는 10bp라고 하고 있다. 은행업계 내부자료에 의하면 주택담보대출의 채권관리비용은 원가 기준으로 보통 30bp정도 드는 것이 통상이다. 내가 따로 입수한 모 은행 자료도 관리수수료가 0.43~0.49% p.a.(고정채권관리수수료 0.1%p.a.+변동채권관리수수료 약 0.33~0.39%p.a.) 였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미국과 달리 한국의 적격대출의 경우 채권관리 수수료를 은행이 각자 정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예를 들어 패니메(Fannie Mae)가 이 채권관리수수료를 일률적으로 25bp로 정해준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은행 결정으로 고객에게 부과하는 것이어서 경쟁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 잘 모르는 소비자에게 비싼 수수료를 부과할 가능성이 항상 있다.

요약하면, 개별 수치의 정확성을 떠나서, 공사는 이렇게 합산할 수 없는 성격의 수수료를 합하여 50~60bp+10bp=60~70bp라는 요령부득의 주장을 하고 있고, 개별 수치도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와 전혀 다르다. 무슨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 지?

공무원들의 실적주의를 배경으로, 정권 이양기 중 보직에 예민한 공사 경영진의 조바심이 일으킨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

2013년 2월 21일 목요일

노인 빈곤에 대한 국민 토론 이제야 시작 : 박근혜 인수위 노인연금 방안 발표

인수위 안

노인기초연금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이나마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박근혜 행정부 인수위가 오늘 발표한 방안은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되, 국민연금 가입 여부와 소득에 따라 최소 4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 차등 지급하기로 최종 확정됐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소득하위 70% 노인들에게는 원안대로 20만원을 지급하고,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소득하위 70% 노인들은 14만원~20만원의 연금을 차등 지급한다.

소득상위 30%노인들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4만원을 받고, 국민연금을 받고 있으면 4만원~10만원을 받는다.

단, 부부가 모두 연금을 받는 경우는 기초연금액에서 각각 20%를 감액한다. 이같은 내용의 기초연금제는 내년부터가 아니라 오는 2014년 하반기부터 지급된다.

인수위는 사회적 우려가 일었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도 밀어부쳤다. 공적 부조 성격의 기초연금과 적립 방식의 국민연금을 '국민행복연금'이라는 이름으로 합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인 모두를 대상으로, 단 국민연금 가입기준과 소득 기준으로, 차등 지급하되, 그 재원은 기존의 기금을 건드리지 않고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수위 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가 될 지는 불확실하다. 지급액이 조정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이미 조성된 기금을 건드리지 않고 재원을 따로 마련하겠다는 방안일 것이다. 앞으로 입법과정을 통해 더 많은 토론이 예상된다.

노인 빈곤에 대한 인식 확산

시민들의 이해 구체적인 계수 방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기회를 통해 국민들이 국민연금을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언론도 처음에는 내 돈 건드리지 말라는 시각에서 점차 노인 빈곤 해결이라는 시각으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 지난 주에는 심야시간이기는 했지만 SBS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심층 토론 프로그램이 있었고, 이번 주부터 오마이뉴스가 중앙대의 연명 교수 글을 앞으로 10차례에 걸쳐 싣기로 했고, 오늘 동아일보는 순천향대의 김용하 교수 인터뷰를 실었고, 매경은 노인빈곤 문제를 1면 기사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납세자연맹이라는 시민단체(?)의 역할도 약간은 있었던 것 같다. "국민연금의 불편한 진실 10가지"란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국민연금 폐지 서명운동을 벌였는데 이미 참여자가 7만명에 육박하고 있단다. 지금 노인에게는 해주는 것이 없고, 마치 수익률 좋은 재테크를 하는 것처럼 홍보했던 과거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현재의 제도가 갖고 있는 설계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 그쳤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넘어서 폐지 운동으로 갔다. 어느 정도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이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던 막연한 불안이 구체화되었고, 덕분에 이에 대한 토론도 더 명징하게 된 감이 있다.
  
전문가 의견

이런 사정을 보고 드디어 국민연금 전문가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쓰여진 글 중 가장 잘 쓴 것은 오마이뉴스에 실린 김연명의 글이다. 비전문가인 내가 굳이 나서서 써보았자 이보다 더 잘 쓸 수가 없다. 특히 그가 글 끝에 첨부해서 실은 프리젠테이션 자료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포함하고 있어 매우 유익하다. 이 문제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의 글과 프리젠테이션을 적극 추천한다.

순천향대의 김용하의 인터뷰 역시 일독할 가치가 있다. 특히 그가 지적하듯이 공약 실천 차원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나, 이를 위해 국민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제언, 민간 복지 서비스 시설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 등은 모두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얘기다.

김연명과 김용하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것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갖고 있다. 김용하는 양자를 통합하는 것을 반대하고 김연명은 찬성한다. 또 이들은 상위 30% 노인들에게도 돈을 주는 것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김연명은 모두 주는 것에 찬동하고, 김용하는 반대한다. 김연명은 아예 모두에게 20만원씩 주자고 한다.

나는 전체적으로 김연명의 의견에 동조하는 편이다. 만약 김용하 말대로 근본적인 개혁을 할 수 있다면 그의 주장대로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 부분을 분리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어디 그런 나리이던가. 근본적인 개혁을 못한다고 가정하면 큰 폐단이 없는한 지금 당장 노인들의 빈곤 해결에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되는 방안이 더 낫지 않나 싶다.

김용하가 주장하듯이 고소득층에게 주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은 일리가 없는 게 아니다. 만약 모든 국민의 소득에 대한 파악이 잘 되어 있는 나라라면 나도 그의 의견에 동조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은 소득 자료가 매우 불완전한 나라다. 부동산 등 재산은 많은데 소득이 적은 노인들이 많다. 아마도 임대 소득 중 상당비율이 아예 신고도 안되고 있을 것이다. 금융실명제도 엉터리여서 자기가 갖고 있는 금융재산을 가족 명의로 옮겨 놓은 사람도 많다. 이번 제도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재산과 소득을 숨기려고 나설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번에 금융소득 종합소득세 적용 한도를 2천만원으로 내리면서 북새통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소동은 늘어나는 세금을 피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같이 인상되는 의료보험료를 피하기 위한 것도 많았다.

이런 사람들을 가려내기 위해 들어갈 행정적 수고와 비용을 생각하면 차라리 그냥 모두에게 지급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당장은 모두 지급하고 향후 소득 투명성이 개선되면서 그때 가서 소득 별 차등지급을 하는 것이 낫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국민연금 가입 여부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지급을 하겠다고 한다. 차후 국민적 논의를 두고 볼 일이다.

미룰 수 없는 노인 빈곤

하지만 전체적으로 기존 제도가 워낙 부실하게 설계된 제도여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 명확하지가 않다. 지난 번에 얘기했듯이 소득 파악이 잘 안 되는 나라에서 임의 가입제인 국민연금제도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국민연금 만이 아니다. 의료보험도 그렇다. 거의 모든 소득 보조 제도가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현금 지급을 통한 복지체제에만 의존하지 말고 실물 서비스를 공공부분이 직접 제공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는 시각이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더 유효하다. 예를 들어 공립 병원, 공립 유치원, 공립 학교를 더 지어야 한다.

어쨋든 한국은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으로 연금에 대해 국민적 토론을 시작했다. 1889년 비스마르크가 근로자를 위한 공적연금을 시작했을 때 이름이 노동자 노년 보장(Alterssicherung für Arbeiter)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국민연금은 시작한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지금의 노인에게 주는 혜택이 거의 없는 이상한 제도였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사회가 세대간 이악스러운 주판알 튀기기에서 깨어나 주위의 노인 빈곤을 직시하고 부끄워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2013년 2월 9일 토요일

우리는 언제 염치가 들까? 노인기초연금 논란을 보면서 (II)

이제 세번째 문제, 노인기초연금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얘기해보자. 사실 이 문제는 정치권과 언론 모두 처음부터 엉뚱한 방향에서 문제를 보는 바람에 얘기가 꼬였다. 많은 사람들은 마치 기존의 국민연금 기금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모든 논의의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여기에는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오해와 정치적 계산이 얽혀 있다. (제대로 쓴 글을 보고 싶으면 김연명이정환 글을 보라.)

일반 사람들이 갖는 가장 큰 오해는 지금 제도 아래에서 자기들이 받을 연금이 각자가 적립한 돈에 이자가 붙은 만큼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민간연금보험에 들었을 경우보다 약 두 배의 돈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내 돈 건들이지 말라"라는 식의 뜬금없는 얘기다. 아무러나 반은 남의 돈이다.

그럼 누가 그 부담을 지나? 후세들이 진다. 즉, 반 정도는 자기가 적립한 돈에 비례해서 받고 나머지 반은 후세 사람들이 그때 가서 내는 돈으로 받는다. 그 동안 왜 2050년대가 되면 기금이 고갈된다고 했을까? 각자가 부은 돈에 비해 받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자기가 부은 돈만큼 받는다면 고갈 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를 알고 나면 지금처럼 기존의 국민연금 기금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말의 모순이 드러난다. 자기들은 나중에 가서 후세에게서 돈을 받아 생활할 것이면서, 지금 당장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은 도와주지 말라는 말이 된다. 만약 이런 사정을 알고도 노인연금 확대를 반대하는 것이라면 이는 그야말로 뻔뻔한 얘기다. 후세의 부담을 줄이자고? 지금 현세의 노인은 어쩌자는 말인가?

물론 지금까지 쌓인 기금에서 노인연금을 지불하기 시작하면 기금이 더 빨리 고갈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별개의 문제다. 

한국의 공적연금 설계가 이상해진 것은 1988년 출발하면서 그 당시 노인을 위한 연금으로 시작하지 않은데 있다. 돈을 미리 일부나마 쌓기 시작하고 난 후 10년 이상 불입한 후에야 받을 자격이 생기도록 했다. 평시에는 임기응변에 그토록 능한 한국 행정부가, 문득 그 때에만 제 정신이 들어 장기적인 안목으로 그렇게 설계했겠는가? 아니다. 국내저축을 동원하기 위해 그렇게 설계했다. 그러면서도 강제저축에 대한 반발을 의식해서 적립하는 돈에 비해서는 받는 돈이 훨씬 많게 설계했다. 그래 놓고 나서 21세기에 들어자 허구헌날 기금 고갈이 된다고 지청구를 놓았다. 여기에 넘어가 노무현 정부는 받는 돈을 줄이고 받기 시작하는 연령을 늦추는 쪽으로 설계를 수정했다. 김연명이 "진보의 원죄"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이는 계수 조정에 불과한 미봉책에 불과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빈곤에 허덕이는 노인층에 대한 생각은 온데간데가 없고, 임의가입제 때문에 가입대상자의 1/3이 사각지대에 있는 문제는 하나도 개선되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연금을 근본적으로 재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많은 시간이 드는 작업이다. 연금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설계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것 저것 조금씩 바꾸기 시작하면 공적연금제도에 대한 신뢰만 더 떨어지고, 문제만 더 복잡하게 된다. 이번 경우에서도 금방 표면화되었듯이 각자의 입장에 따라 조그마한 변화에도 불만이 생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나중에는 여러 계층간의 이해 충돌과 사회분열로 개혁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근본적인 재구축을 기다리느라 지금의 노인 빈곤을 가만 두고 볼 수는 없다. 이명박 5년 전 모든 노인에게 30만원 씩 준다고 공약을 했지만 당선 후에는 꿀꺽 삼켰다. 5년만큼 낭비한 셈이다. 그 동안 자살로 죽어간 노인들을 생각해보라.

그러면 어떻게 돈을 마련해야 하나? 결국은 세가지 방법 중 하나일 수 밖에 없다. 더 많은 적자재정을 감수하거나 예산체계에서 다른 사업의 예산을 줄여 충당하는 방법, 연금보험료를 올리는 방법, 아니면 이미 쌓인 기금을 동원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어느 방법을 택할 것인지를 한국 정치는 올해 정해야 한다. 가장 좋기는 지금 있는 기금을 동원해 쓰는 것이 가장 좋다. 국민연금에 가입했지만 20만원 미만인 연금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20만원에 더해서 지금 받는 돈만큼 그대로 지급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모두들 이 방법을 반대한다. 여기에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하는 것 같다. 진보진영은 한편으로는 박근혜를 깎아내리기 위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기금은 안 건드리고 기초연금을 주려면 증세가 필요하니 박근혜로 하여금 증세안을 내놓으라는 주장을 하고 싶어한다. 자기들도 주장하지 못하던 즉시 노인연금 확대를 위한 증세를 상대방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속셈이다. 비겁하다. 보수 진영 언론은 자기가 받을 돈이 모두 국민연금 기금으로 충분한 줄 아는 국민들의 무식을 겁내서 반대한다. 그러다 보니 타협으로 하위 70% 등등 온갖 가지 얘기가 나온 것이다.

어쩌겠는가? 국민연금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 수준이 그런 것을. 이번 기회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의식하게 된 것만 해도 진전이다. 그러나 지난 글에서 얘기했듯이 어떤 방법을 채택하든 모순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잊지는 말자. 국민연금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고, 나중에 받을 세대만큼 지금의 노인들도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지금의 한국을 만들어 내는데 가장 많은 공이 있으면서도 가장 혜택을 못 받고 있는 세대가 지금의 노인계층이다.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 48% (일본은 24%, 다른 서구 국가들은 12%대)를 부끄러워할 염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2013년 2월 7일 목요일

작은 승리라도 좋다: 노인기초연금 논란을 보면서

박근혜가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기초연금을 두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첫째, 박근혜가 공약집과 대통령 토론에서 모든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주는 방안을 말했는데 당선 후 말을 바꾸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미 국민연금에 가입된 사람들로서 20만원도 못받는 사람들과 형평성 문제다. 셋째는 그 재원을 국민연금기금에서 일부를 헐어서 마련할 것인가이다. 

한국의 다른 사회복지제도와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제도 역시 관료가 주도해서 만든 제도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제도의 구조에 대해 잘 모른다. 이번 기초연금제도를 둘러싼 논란의 많은 부분도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한국사회의 무지에 연유한다. 박근혜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알게 될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이 글을 이러한 무지와 오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썼다. 나는 국민연금제도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다. 국민연금제도는 매우 복잡한 제도다. 여러가지 사회통계가 필요하고, 많은 분야의 고려가 통합되어야 한다. 자기 글에 대해 책임성을 조금이라도 느끼는 사람이라면 함부로 얘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 언론에서 오가는 얘기를 보고 있노라면 너무 불합리한 오해와 왜곡이 횡행한다.  

현재의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문제는 누가 나서든 간에 뚜렷한 해결책을 낼 수가 없다는 점이다. 기존의 국민연금제도가 워낙 부실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문제, 박근혜가 당선 후 말을 바꾸었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연금 문제는 원래부터 복잡하기도 하거니와 국민 모두에게 관련된 문제이고 한번 만들면 오래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오랜 사회적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선거 한두달 전에 선거공약으로 들이댄 제안을 그대로 실시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갖고 말을 바꾸었다고 시비를 거는 것은 비생산적인 뒷다리걸기에 불과하다. 벌써 대선 3차 토론 때 박근혜의  얘기를 듣고 일부 똑똑한 유권자들은 모두 기초연금을 받게 되면 국민연금을 가입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지적했었다. 한국의 정치권과 언론은 그것도 모르고 구경만 하다가 선거가 끝나고 나서야 법석을 떨고 있다.

우선 무엇이 가장 이상적인지부터 생각해보자. 현대 국가들이 공적연금제도를 도입하게 된 근본적인 배경을 따져보면, 공적연금제도는 노인이 되어 경제생활을 하기가 어려워지고 소득이 끊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산업화가 되면서 전통적인 농촌에서와 같이 자식이 부양을 하는 방식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자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나온 것이다. 따라서 모두에게 주는 기초연금제가 가장 이상적이다. 기껏 만들어 놓고 나서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만 주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안 준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국민연금제도 도입 목적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 된다. 돈 많은 사람들은 이미 알아서 저축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발달한 형태가 일정 소득 이하인 사람들에게는 정액으로 기초연금을 주고, 그 이상 소득자에게는 소득비례 연금을 주는 방식이다. 누가 듣기에도 합리적이고, 많은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당장은 실행하기가 어려운 방안이다. 왜 그런가? 그 이유는 애초부터 한국의 공적연금제도가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제도로 설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적연금제도는 크게 국민연금과 공무원과 사립교원을 위한 직역연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전 국민 대상의 기초연금이 없다는 것이다. 직역연금이 먼저 탄생했고, 그 후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도 기초연금의 개념이 없이 출발했다.  

그래서 아직도 사각지대가 많고, 진정한 모든 국민을 위한 연금제도가 아니다. 경제활동인구 약 2천2백만명 중 백만명이 실업인구이고 여기에 그냥 일을 안하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 9백만명을 합치면 거의 1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은 애초부터 적용 대상자가 아니다. 문제는 취업자 약 2천 1백만명 중 소득이 낮거나 불규칙적이어서 예외로 되어 있는 사람과 그냥 안 내는 미납자와 미가입자가 아직도 거의 700만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취업자 2천백만명 중 약 1/3이 가입을 안한 것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국민연금이 임의가입제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상용직중에서는 98.5%가 가입했지만 임시 일용직에서는 18% 정도만 가입되어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소득이 낮은 사람일 수록 가입률이 낮다. 100만원 미만 소득자 중 약 17.5% 정도만 가입되어 있고, 100만원~200만원 사이에서는 약 59.5%만 가입되어 있다.


이를 명실상부한 국민개연금(Universal National Public Pension)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연금을 신설해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가입율이 낮아서도 안된다. 즉 모두가 받는 연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가 내는 구조로 먼저 만들어 놓아야 한다. 모두가 내고 있지 않는데 모두에게 주겠다면 어떤 방식을 택하든간에 모순을 피할 수 없고, 따라서 소모적인 형평성 논란이 일게 되어 있다. 모두에게 주어도 모순이 발생하지만 소득 하위 70%에게만 주어도 모순이 발생한다. 결국 이 문제는 정답이 없다.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이참에 국민개연금제로 개혁하면 안되나? 불가능하다. 국민개연금과 같은 이상적인 개혁안은 연금 조달방식부터 증세까지 대대적인 재편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단기간에 실현 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금융실명제도 제대로 안되어 있고 소득도 불투명한 나라이기에 더욱 힘들다. 처음부터 재원조달 방식을 보험방식이 아니라 조세방식으로 했으면 소득이 있는 사람은 모두 적용 대상자는 되었을 것이지만, 소득이 불투명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실시하면 온갖가지 폐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국민개연금제로 가려면 금융실명제부터 개선되어야 한다.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도 제대로 도입해야 했을 것이다. 한국은 소득 투명성 면에서 이런 기초도 아직 못갖춘 나라다. 

이와 같이 박근혜 정부가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겠다고 한 것은 선거를 의식한 것이거나, 아니면 당장 실시하려고 할 경우 발생할 모순을 간과한 것이다. 그래도 아예 안하는 것보다는 나으니 비판만 할 일도 아니다. 아무리 작은 승리라도 승리할 수 있을 때 하고 볼 일이다.  조금이라도 노인들 빈곤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면 말을 바꾸었든 아니든 간에 환영하고 볼 일이다.

세번째 문제는 다음에 얘기하기로 하자. 

2013년 2월 2일 토요일

또 하나의 탱자, 적격대출

작년 한국 금융시장의 히트 상품은 주택금융공사가 내놓은 적격대출이었다. 적격대출(Conforming Loan)이란, 주택금융공사가 미리 정한 기준에 맞추어 은행이 대출을 하고 난 후 이를 공사에게 넘기는 대출을 뜻한다. 작년 3월에 장기 고정금리 대출로 출시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12월말까지 총14조원까지 증가했다. 

내가 적격대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적격대출의 빠른 성장속도 때문이었다. 작년 3월에 시판되기 시작했는데 12월 말에 가서 이미 14조원이 팔렸다. 무엇이 되었든 이렇게 빨리 팔리는 금융상품은 대개 나중에 뒤탈이 난다.

그래서 조사를 해보니 해볼수록 더 이상했다. 주택금융공사에는 전부터 장기고정금리 대출 상품이 있었다. 보금자리론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들이 정한 인수 기준에 맞추어 고정금리로 장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를 팔았다. 처음에는 은행들에게 대출 수수료를 주면서 모집하다가 근래 들어서는 인터넷으로 직접 신청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아 소비자들에게 부담스럽고, 양적 경쟁에 길들여진 은행들이 자기 자산으로 잡히지 않는 대출에 소극적이어서 생각만큼 많이 팔리지는 않았다. 2009, 2010년 각각 약 6조원 정도 팔리다가 장기금리가 낮아진 2011년에 가서야 약 9조원 정도로 늘었다. 그런데 보금자리론과 마찬가지로 장기고정금리인 적격대출은 무엇이 다른지? 같은 고정금리대출인데 갑자기 선풍적으로 많이 팔린다고? 심지어는 신규 입주 아파트 담보대출의 반을 차지한다는 보도도 나왔다(여기). 이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금자리론과 무엇이 달라서 적격대출이 많이 팔리는 것일까? 

얼핏 보아서 유일한 차이는 그 대출이 은행 장부에 계상되느냐 하는 차이에 불과한 것 처럼 보였다. 보금자리론은 대출이 이루어지는 과정 내내 그 대출이 은행 장부에 계상되지 않는다. 은행은 중개 역할만 한다. 따라서 어느 은행의 문을 두드리든 간에 소비자에게 제시되는 금리는 동일하다. 적격대출은 은행이 자기들이 각각 정한 금리로 먼저 고정금리 장기주택대출을 팔아서 자기 장부에 기재한다. 그 후 한 달 정도 후에 공사에 넘긴다. 그 한달 정도의 기간 중 시장의 장기금리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의 이자 위험을 진다.

그런데 이 정도의 차이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적격대출이 보금자리론에 비해 더 잘 팔려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은행권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외국계 은행에서는 내부 가격 기준으로 가장 마진이 많이 남는 상품으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지난 봄에 스탠다드 차터드 은행에서는 적격대출을 팔면 거의 1% 정도 순수익이 남는 것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자기 은행 대출을 팔면 0.6% 정도 마진이 남는 것으로 내부관리회계에서 계산한다고 했다. 자기 장부에 남는 대출의 경우 자본을 쓰기 때문에 그럴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초여름이 되면서 심지어는 적격대출의 금리가 보금자리론보다 0.5% 씩이나 낮은 경우도 있다는 보도(여기)가 나왔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주택금융공사 사이트에 가보아도 공사가 제공하는 정보가 매우 피상적이어서 이 상품의 특성과 구조를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아니 국가 재정으로 운영하는 공사가 신용 위험을 지고 파는 상품인데 왜 이토록 상품 구조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게 해놓았을까?

그래서 내가 속해 있는 한국금융연구센터의 정책패널에 적격대출에 대한 조사를 해서 발표를 하자고 제안했다. 주 집필자로 동국대의 강경훈 교수가 나섰다. 강교수가 쓴 글을 기반으로 패널 참가자들이 여러번 토론을 거쳐서 최근 주택금융공사의 적격대출의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자세한 것은 센터 사이트, 또는 한국금융신문 보도)

패널에서는 1) 아직까지 거치식 대출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2) 상환능력, 신용등급 등 채무자 요건이 매우 낮은 수준이며, 3) 민간 금융회사가 수취하는 수수료를 스스로 결정하므로 과다 책정 가능성이 있고, 4) 관련 통계가 제공되지 않고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지적헀다.

이중에서 내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 것은 거치식 대출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내부 정보에 의하면 2년에서 5년까지 이자만 내는 거치식 대출이 약 50%에 달한다. 그런데 공사는 전체 적격대출 중 거치식 대출의 비중을 비밀로 하고 있다. 국가가 신용위험을 지는 대출인데 그 정보를 숨기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궁금증이 풀렸다. 적격대출이 그토록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금리가 낮은 것도 작용했지만, 당분간 이자만 내고 원금은 갚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재작년 정부가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을 발표하면서 2015년(?)까지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을 30%까지 높이겠다고 했는데 그 방편으로 거치식 고정금리 대출을 내놓은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가계부채,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가장 큰 문제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6%에 달하도록 놔둔데 있는 것이 아니다. 이자만 내고 있는 거치식 대출이 80%에 달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정책목표를 고정금리 대출 비중에 둘 것이 아니라 거치식 대출 비중 축소에 두어야 했다. 그런데 정책 목표를 고정금리 비중으로 잡고보니 그에 맞추어 거치식 고정금리 대출을 주택금융공사가 들고 나온 것이다.

보도자료가 나간 후 흔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보도자료가 나간 그날 주택금융공사가 바로 반박문을 내었다. 그래서 신문 보도에는 센터의 주장과 공사의 반박문이 같이 나갔다. 이렇게 신속한 대응은 예외적이다. 

그 반박문을 보면 참으로 한심하다. 막상 거치식 비율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면서 최근에 거치식 대출 비중 한도를 과거 70%(!!!)에서 30%로 낮추었다는 말만 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이미 패널 보도자료에서 서술해놓은 얘기다. 아니, 글쎄, 거치식 비중이 얼마나고요!

신용등급 요건이 낮은 것에 대해서는 평균 신용등급을 들어 대답하고 있다. 헐! 문제는 신용등급 7등급, 8등급에게까지 해주는 이유가 무엇이고, 그들 비중이 얼마나 되냐는 것인데 일부러 딴청이다. 우리가 언제 평균 물어봤나고요!


신용위험은 낮단다. 그 근거로 연체율이 낮다는 것을 들고 있다. 끙! 아니, 대출이 나간지 일년도 안되었는데! 연체율이 낮은게 당연하다. 빌리는 사람의 신용등급과 상환능력은 별 관심이 없고 담보 비율만 챙기는 기존 은행권 관행과 다를 것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작년 대출 중 약 반을 차지하는 거치식 대출 중 원리금을 모두 갚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이다. 그 때 가면 새로 대출 받아 돌려 막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국가 재정으로 하는 일이니 더 투명하게 하라고 하니까 기껏 반박보도자료에서 자기들이 지금까지 하던 얘기를 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야말로 치졸한 연막작전이다. 그런데도 순진한 기자들은 그저 받아 적을 뿐이다.


금융위에서도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 너무 빨리 늘어나는 적격대출에 경각심이 드는지, 작년 말 부터 자제를 권하고 잇다. 그러나 여전히 신규대출에서 거치식 대출 비중 한도를 30%로 한 것을 보면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이젠 국회가 나서야 할 때다. 지금이라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정책 목표로 삼을것이 아니라 거치식 대출 비중을 줄이는 것을 정책목표로 삼아야 한다.

적격대출은 미국의 모기지 유동화 구조를 모방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대공황 이후 일시상환 주택다모대출이 무너지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사가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은행으로부터 인수해주는 제도가 발달했다. 그러나 이런 기관이 없는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고정금리 모기지의 비율이 낮다. 그렇다고 최근의 버블 붕괴 전까지는 지금까지 큰 일이 나지 않았다. 그것만을 보아도 모기지 대출의 건전성은 고정금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환능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귤이 한국에 와서 탱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