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7일 수요일

쉬운 해고와 실업보험, 무엇이 먼저인가

한국에서는 모두들 해고요건 강화에 대한 찬반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핵심은 실업보험과 적극적 노동정책이다.
 
 
실업보험을 강화하지 않은채 해고를 쉽게 허용하면 수많은 인권 침해와 사측의 횡포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수 없게 된다. 노조 조직률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대량 감원을 할 때 희망퇴직금을 주는 것은 일종의 실업보험이다. 공동 보험으로 내는 것이 아니라 각 개별 기업이 내는 것이 다를 뿐이다. 1-2년치 봉급을 희망퇴직금으로 지불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사정 때문에 감원까지 고려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이다. 원래 그래서 공동으로 부담하는 실업보험이 나왔다.


게다가 이런 명퇴금은 대개 대기업 또는 은행, 그리고 공기업에서나 준다. 가뜩이나 노동시장이 이분화 되어 있어 불공정한데 실업보험 마저 이들 기업에 다니는 소수의 근로자만 혜택을 본다. 독과점적 경제 체제에 빌붙어 직장에 다닐 때도 특권을 누리다가, 심지어 소속된 회사가 어렵거나 자기의 생산성이 임금과 너무 큰 차이가 나서 그만 둘 때도 특권을 누린다. 불평등의 극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주류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실업보험에 무관심하다. 주위에 물어보면 한국의 실업보험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대강이라도 아는 사람이 없다. 자기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철썩같이 믿는 것 같다.


그대는 아는가? 실업보험금이 얼마나 쥐꼬리만한 지 그대는 아는가? 아이가 곧 대학을 가는 가장이 직장을 잃으면 우리가 얼마나 턱없이 낮은 실업보험금을 주는지 그대는 아는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금방 끝나는 지 그대는 아는가?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보통은 당황한다. 양심적인 사람들은 겸연쩍해하고 미안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리 분위기를 깨는 사람 취급한다.
실업보험제도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 그것부터 처리하고 나서 해고 요건을 약하게 바꾸어야 한다. 그게 온당한 일의 순서다.


오죽하면 세상 사람들 사이에 구조조정의 전문가라고 알려진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하겠는가.

(끝)

이 글에 대하여, Jae Wook Nahm 씨는 다음과 같이 댓글을 달았다.

실업급여에는 상한선(일 4만3천원)과 하한선(최저임금의 90%)이 있어서 원래의 소득대체율인 50%는 거기에 걸리지 않는 사람에게만 해당합니다. 이번에 올리겠다는 건 이 50%를 60%로 한다는 것이지요. 반면 하한선은 최저임금의 80%로 내리는 안입니다. 문제는 2014년 기준으로 상한에 걸린 사람이 약 27%고 하한에 걸린 사람이 거의 2/3이라서 50%에 해당하는 사람은 5.5%밖에 안됐습니다. 그러니 5.5%를 올려주고 2/3은 삭감한 후에 급여를 올렸다고 하는 것이지요.

아래는 한겨레21에 실린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에 관한 기사다.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404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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