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4일 월요일

가계부채 해결: 금융권의 손실 분담 없이는 불가능하다

I. 두마리 토끼: 경제민주화와 경기 불황 탈출

대선 최대 이슈로 제기되었던 경제민주화는 오랫동안 누적되어온 소득 양극화에 대한 사회적 불만의 심각성을 반영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행동으로만 보면 박근혜는 적어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경제민주화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인식은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지금과 같은 소득 양극화가 지속되면 안정적인 사회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소득 양극화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5년 안에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세계화에 의한 국내 산업구조 조정 (또는 그 구조조정의 부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 불공정 거래, 대기업 귀족노조와 비정규직 간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불공평한 세금체계, 취약한 사회 안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박근혜가 제시한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을 모두 시행한다고 해도 그 정책적 효과가 드러나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뿐만이 아니라 그것만으로 소득 양극화가 만족스러울 만큼 해소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에 비해 차기 정부는 출범을 하자마자 심각한 경제 현안을 직면할 것이다. 당장은 경기 침체와 과중한 가계 대출 문제, 그리고 그에 따른 금융권 부실채권 문제를 피할 수 없다. 또, 그렇다고 이러한 문제들의 배후에 자리잡은 소득 양극화, 출산률 저하의 문제를 그냥 두고 있을 수도 없다. 경제민주화와 경기 불황 모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 출발하는 박근혜 정부가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거시경제 및 금융정책 현안을 살펴보자. 그 중에서도 이번 글에서는 주로 거시경제 안정에 영향을 주는 금융 관련 이슈에 집중하고, 특히 가계 부채 및 부실채권 대응 방안을 정리하고자 한다.

II. 거시경제 및 금융정책 현안 

아직 최종 숫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작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3/4분기의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1.5%에 그쳤는데 그 중 내수가 공헌한 것은 0.5%에 그쳤고, 대외부문이 공헌한 비율은 1.0%였다. 정부는 세계 경기 둔화를 이유로 둘러대지만 작년 한국의 경상수지는 여전히 흑자였다는 점에서 현재의 경기 침체를 다 설명하지 못한다. 내가 보기에 지금의 경기 침체는 대외적인 요인도 있지만 내수 침체가 더 큰 원인이다.

지출 항목별 성장기여도



2010
2011
2012(3/4)
총생산
6.3
3.6
1.5
내수
7.0
2.0
0.5
    민간소비
2.4
1.2
0.9
    정부소비
0.5
0.3
0.5
총자본형성
1.7
-0.3
-0.6
재고증감
2.5
0.8
-0.3
순수출
-0.6
1.8
1.0

이러한 내수부진은 지난 5년 동안의 기업부문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전체 근로자 실질 임금이 하락한 것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소비 수요가 정체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이미 부동산 경기 하락이 시작되었지만 정부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으로 이를 막으려고 했다. 그러던 중 세계적 금융위기가 터지자 정부는 대마불사가 아니라 전마불사 정책을 써서 거의 전방위적으로 부실채권 처리를 지연했다. 채권단이 부실한 건설기업을 부도처리하지 못하도록 대주단협약을 만들었고, 정부 기금으로 부실대출을 사들였다. (자세한 것은 여기) 가계대출가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계 대출이 계속 증가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 분양된 아파트들의 입주시기가 왔을 때 집단대출이 가계대출로 전환되지 않으면 대규모 미입주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기 집권 기간 중 문제가 터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이명박 정권의 이해와 관료들의 보신주의가 맞아떨어지면서 가계 대출은 계속 늘어만 갔다. 대출은 늘었지만 부동산 값이 계속 떨어지자 결국 하우스 푸어란 소리가 돌게 되었고, 국내 소비는 정체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김영삼 정부 때 기업 부실문제를 도외시하던 것과 비슷하다.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지속되는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정책을 쓰지 못한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를 정면으로 맞닥뜨릴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에 이 문제를 방치했기 때문에 정권 후반에 가서 이를 들추어내기가 거북해진 것이다. 남은 일은 그저 자기 정권 기간 중 큰 일이 터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일 뿐이었다.

그러나 금융권의 잠재적 부실 누적 문제는 더 이상 눈감기 어려운 지경에 왔다. 특히 다중채무자 가계부채, 부동산 PF, 중소형 조선사, 환율하락에 따른 중소기업 도산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성규의 칼럼을 권한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 관련 선거 공약을 구현하기 위한 입법에 착수하되 이와 동시에 경기 침체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거시 및 금융 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통화, 재정정책의 모든 수단을 경기 침체 가속을 막는데 동원해야 한다. 우선적으로는 GDP 2~3%에(25~35조원) 해당하는 재정지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거론되는 6조원 정도의 추경예산은 한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 상황은 균형재정에 연연할 때가 아니므로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증세를 연기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금리 역시 추가 하락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비해 환율정책의 역할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미국과 일본이 모두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책 상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부동산 시장과 가계 부채 문제가 경기회복을 저해하고 금융위기로 진화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면서 책임을 회피해왔다. 그러나 자고로 이러한 내부자적 시각에 빠져 미봉책으로 대처하는 관료집단의 의견은 신뢰하기 어렵다. 1997년 가을에도 재경원 관료들은 외환위기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다가 IMF 사태 초래했다. 미국의 폴슨 재무장관과 버낸키 연방은행총재는 2008년 봄까지도 모기지 부실에 의한 은행권 손실을 2-3천억불 정도로 과소평가했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한국 특유의 구조를 갖고 있으며 그에 따른 위험도 역시 매우 높다. 금감원 발표에 의하면 2012년 6월말 전체 가계대출(870조원)에서 주택담보 대출을 포함한 부동산 담보대출이 425조원이고 신용대출이 445조원이다. 주택담보 대출 중 모기지 대출(약 50%?) 못지않게 자영업자가 기존 주택을 담보로 빌린 대출이 많다. 이에 반해 외국의 경우 가계대출의 80%가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빌린 모기지 대출이다. 이미 있는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대출(Home Equity Loan)은 모기지에 비해 위험이 높은데도 아직 한국에서는 대출 목적별 대출 상품의 분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은행권 대출 대비 비은행권 대출비율이 높다. 각각의 대출이 약 50%다. 그러나 비은행권 대출에 대한 이자비용이 월등히 높고 연체율 역시 매우 높다. 신용협동조합이나 저축은행의 가계 대출 연체율은 10%를 넘는다. 그 결과, 동일한 주택에 저당권을 걸어놓은 채권자가 다수 존재한다. 그래서 연체가 발생할 때 적절한 채무 조정 경로를 찾기가 어렵다. 채권자간 이해 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가계 대출은 LTV를 제외하면 외국에서는 대부분 서브프라임으로 분류할 만한 대출이다. 주택담보 대출 중 약 80%가 이자만 내는 대출이고 이는 다른 대출도 마찬가지다. DTI 규제가 있지만 실제로 DTI 규제 대상 주택담보대출은 전체 주택담보 대출의 20%에 불과하며 그 DTI 한도비율도 외국에 비해 매우 높다.

한국의 가계 대출 구조가 이렇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시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금융당국의 상호모순된 정책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부동산 정책으로 경기 조정을 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은행권 부실을 우려해서 담보가치 대비 대출 한도를 낮게 규제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정책 조합이 현재와 같은 한국 특유의 가계대출구조를 낳은 것이다. 한편으로는 전 국민이 부동산 투기에 참여하도록 조장해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은행의 대출 비율을 눌러놓았으니 자연스럽게 풍선효과처럼 그 대출수요가 신용대출과 비은행권 대출로 흘러간 것이다.

이러한 대출이 지속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주었기 때문이다. 대출 시 담보비율만 지키면 소득이나 상환능력을 볼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정체 및 하락하면 지금처럼 순식간에 전체 구조의 취약성이 노출된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과 관료들은 LTV 비율이 낮고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높아서 한국의 가계 부채가 시스템적인 위기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이는 책임 회피성 또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홍보성 발언에 불과하다. 관료들의 이런 행태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2009년 은행의 대출은 예금 대비 130%에 달했었다. 이 예대비율에 대한 우려로 한국만 환율이 급등했을 때 정부는 CD 조달금액을 예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변했다.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장이었던 서울대 교수 출신 이창용은 아시아판 월스트리트 저널에 이와 같은 취지로 기고를 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금융위 관료들은 앞으로는 이런 억지를 부리면서도 뒤로는 슬그머니 CD를 제외한 예금만을 인정하는 예대비율 기준으로 바꾸었다.

가계부채 문제는 일단 발생하고 나면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원금 상환 유예, 장기대출전환 등 구조적 취약성을 경감시키기 위한 정책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이는 애초부터 부분적인 성과 밖에 기대할 수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는 개인회생절차를 통한 채무탕감을 피할 수 없다. 이는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책임 추궁과 금융시장 불안 증가를 두려워하여 근본적 수술에 착수할 용기를 관료들에게 기대하기 어렵다. 또, 수많은 대중을 상대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지 않을 방안을 찾아내기도 어렵다.

박근혜가 선거 공약으로 제시한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 방안은 실현 가능성도 낮고 설사 실현된다고 해도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이 계획에 의하면 1,000만원 한도로 비은행권 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은행대출로 전환해주겠다고 한다. 금융권의 연체채권을 매입하여 채무감면을 해주겠다는 것은 매입가격 결정 과정에서의 논란은 물론 대출자들의 연체 유발 등 도덕적 해이 위험이 매우 높다. 또, 도리어 은행권 밖 시스템적 위험을 은행권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위험을 안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1.8조 기금을 기반으로 국채를 통한 18조 자금 조달 계획 역시 설사 실현된다 해도 900조원에 달하는 전체 대출에 비해 그 규모가 작아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박근혜가 앞으로 5년에 걸친 집권 기간 중 대규모 부실 발생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기간 중 처리를 지연시켜왔지만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다. 지연시 일본식 장기침체의 위험만 높아진다. 정권 초기에 과감하게 가계 부채 관련 부실채권을 도려내어야 통화 및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회복도 가능해진다.

III. 가계대출 부실채권 대책 

이러한 인식과 각오 아래 향후 정부는 두 방향에서 가계대출 부실채권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Two Track Approach)

첫째, 가계의 주택 소유권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권의 부실은 그 다음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개인회생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개인파산, 회생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여기) 다중채무자의 빚에는 개인의 책임도 있지만 빌려준 금융회사의 책임도 있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개인 채무자가 빚을 갚기 어려울 때 차압 압류 및 경매 보다 금융권이 손실을 더 부담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둘째,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은행의 주택담보 대출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연체가 없는 채무자에게는 은행권 LTV 조건을 완화하여 이자거치기간이 없을 경우 최대 80%까지 재대출을 허용하되 대신 DTI 규제는 현행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가. 강제 채무 재조정


다중채무자들이 연체를 하게 되면 비은행 대출부터 연체를 할 것이다.

그 경우 후순위 채권자들은 비록 채무액이 작아도 원금회수를 위해 채무자의 주택을 차압 압류하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채무자는 집에서 쫒겨나게 된다. 이런 가구가 늘수록 경매시장에 나오는 주택도 늘게 된다. 이는 다시 주택가격의 하락을 초래한다. 이는 담보액 대비 부채의 비율을 올리게 된다. 이자만을 내다가 원리금을 모두 내야 할 시기가 되어서 다시 거치기간이 있는 재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경우 재대출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채무액 대비 집값이 담보비율을 못맞추기 때문이다.  

다중 채무자의 채권기관이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두려워해서 앞다투어 차압 압류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채무 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다중채무자가 기존의 빚을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채권 금융기관들이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채권자들 사이의 이해 관계를 교통정리 할 기관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다중채무자의 부채를 한곳에 몰아 관리하는 것부터 해야한다. 이런 면에서 오늘 매경기사는 반가운 얘기다. (다중채무자 빚 1곳 몰아 관리) 한 곳에 몰아 빚 잔치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워크아웃을 통해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손실을 분담하게 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기존의 신용조정 경험이 있는 신용회복위원회가 나서야 할 것이다. 당연히 금융기관들은 저항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정부가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싫어하더라도 쓴 약을 억지로 목구멍에 쑤셔 넣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영어로는 이를 cramdown이라고 한다.)

정부는 연체 발생 다중채무자에 대한 금융회사 간 채권 순위별 손실 분담과정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 퇴임을 앞둔 김석동이 행복기금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이해할 만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말하듯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일이라는 그냥 놔두는 것은 너무 소극적이다. 비은행권 채권자가 먼저 빠져나가려고 채권 회수를 들어가 서로 먼저 차압 압류 경쟁에 들어가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연체발생 부채에 대해 대출조건을 변경하여(대출만기 연장, 이자 감면, 원금 일부 탕감 등) 금융회사가 부담하는 손해액에 비례해서 정부가 금융회사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 문제를 어느 정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출조건 변경 후 더 이상 연체를 하지 않으면 채무자에게 추가로 원금의 일부를 탕감하는 금전적 유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 

   나. 재대출 조건 개선

지금부터라도 한시 바삐 모기지 대출의 담보비율은 올리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은 낮추어야 한다. 현재의 가계부채 문제는 소비자 보호를 무시한 금융권의 대출 관행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지금 같이 LTV 조건은 엄격하고 DTI 조건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채무상환능력을 무시하고 채권자의 채권회수만을 추구하는 나쁜 대출 관행의 결과다.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 뿐만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서라도 지금부터라도 개선이 시급하다. 거치기간 없는 모기지 대출의 경우 LTV비율을 최대 80%까지 상향하고 사업자금을 위한 일반 주택담보대출 LTV도 상향조정해서 비은행권 대출과 신용대출을 은행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DTI를 40% 아래로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담보비율 한도를 올려도 DTI 기준 때문에 재대출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양 기준의 조정은 점진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다른 금융자산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적격 모기지를 신청할 유인을 주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DTI 비율이 일정 기준보다 낮은 모기지 대출의 경우, 소득세에서 이자비용을 일정 한도내 공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과 장기 고정금리 대출에게만 추가로 혜택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도 재대출 조건을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이는 어쩔 수 없다. 위에서 말한 강제 채무 재조정으로 넘겨야 한다.


IV. 마치면서

이러한 정책은 비은행권에 대규모 부실 채권 및 도산을 발생시킬 것이다. 하지만 무슨 정책을 쓰던 간에 피할 수 없다. 전체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만이 남았다.

우선 예금보험 대상이 아닌 금융기관에 대해 공적자금을 이용해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적기시정조치와 증자, 및 인수합병을 통해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혹시라도 금융시장 혼란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여 대처해야 할 것이다.


비은행 금융기관은 물론 은행도 저항할 것이다. 아직도 은행은 낮은 LTV와 채권순위상의 우위 덕분에 자신에게 돌아올 1차적 부실부담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다중 채무자에 대한 비은행권 채권이 급격하게 부실화될 수 있다. 이 경우 은행권에도 부동산 부실채권에 따른 대규모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설사 은행의 대형 부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도 국가 경제적인 피해는 막심할 수 있다.

댓글 2개:

  1. 정확한 현실 인식과 훌륭한 대안 제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만 본문에 사용된 '차압'이라는 표현은 현행 민사집행법 등에서 사용하지 않는 일본식 법률용어입니다. '압류'로 바꾸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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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그런가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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