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9일 일요일

금융위원장의 적

드디어 적을 발견했다. ... 그것은 바로 우리였다.
             
                                            - 금융위원장이 매일 잠자리 들기 전에 해야 하는 말

만약 내가 다시 젊어져서 금융업에 종사한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증권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의식이 증권회사 직원들 사이에 돌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경제가 고도화 할수록 증권업은 더 성장하는 것이 맞다. 지금 증권업이 사양산업 처럼 보이는 것은 과거 방식의 증권업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로 때 돈 벌 줄 알고 고객이 찾아오던 시절은 지나갔다. 그런 것은 원래 후진국에서나 잠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어쨋든, 나는 이런 질문에 M&A 자문이나 자산운용업을 할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M&A 자문업은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가 선진화 되기 전에는 발전하기가 어렵다. 기존 지배주주의 권한이 너무 커서 적대적 M&A를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경영성과가 오랫동안 부진해도 경영을 직접하고 있거나 또는 현 경영진을 선임한 지배주주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예를 들면, 투여된 자본금 대비 주식의 시장가격이 0.5도 안되는 기업이 많은데, 이들 기업을 지배하는 지배주주의 지분은 2~30%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 같으면 다른 주주들이 그냥 있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지배주주가 그냥 한없이 버틴다. 자기 돈이 아닌 남의 지분 70~80%를 내 돈처럼 쓸 수 있으니까. 그래서 한국에서 M&A 자문으로 돈을 버는 증권사가 없다.

그 다음으로 흥미가 가는 것은 자산운용업이다. 자본시장이 전문화되면 아마추어가 직접 투자하기 보다는 전문가를 통한 간접 투자가 늘게 마련이다. 경제 규모가 늘고, 자본시장이 발달하고,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연금제도가 확장될수록 자산운용업의 규모가 경제 규모 대비 커지게 된다.

한국은 앞의 세가지 조건 중 첫째와 둘째 조건은 어느 정도 만족하는데 세번쨰 조건이 결핍되어 아직은 자산운용업의 크기가 작다.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MMF를 합친 규모가 160조 정도하니 GDP의 1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은 거의 90%에 달한다.

그런데 확정기여형 연금이 초기단계인 이유 말고도 자산운용업 규모가 더 커지지 못하는 이유로 들 수 있는 게 있다. 최소자본금 규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순전히 정부가 소위 그 금융정책을 잘못한 탓이니 그것만 바꾸어도 나름 숨통이 트인다. 원래 자산 운용업은 대기업에 맞는 산업이 아니다. 대단한 자본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좋은 펀드 매니저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자산운용업이 가장 발달한 영미권에서도 비상장 회사가 많고, 전문 회사가 많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대다수 대형 자산운용업체가 대기업그룹 소속이거나 대형 금융사 소속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려면 옛날에는 자본금이 300억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제를 했기 때문이다. 근래에 들어 이것이 100억원 밑으로 내려왔다. 자산운용사에 자본금 규모 규제가 있는 것은 거의 코미디다. 운용산업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아예 최저 자본금 규제가 아예 없다. 그 규제가 있는 나라들도 그 금액이 10억원 정도로 아주 작다. 다른 나라는 자본금 규제가 없이도 잘만 발전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그게 필요할까?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따위 자본금 규제를 아직도 갖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혹자는 이렇게 말 할 것이다. 에이, 나름 사정이 있겠지. 정책당국자들은 물론 할 말이 있다. 그런데 들어보면 궁색한 변명 뿐이다. 혹시 규제를 풀었다가 무슨 일 생기면 감사원에 국회에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들텐데 순환보직으로 어쩌다 해당 업무를 맡게 된 내가 왜 총대를 매야 되느냐?

더 한심한 것은 헤지펀드를 만들려고 해도 자본금이 60억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헤지펀드는 공모가 아니다. 일부 소수의 사람들간 사적 계약에 의한 자산운용 위임계약이다. 일반적 투자자 보호 규정을 적용할 이유가 적다. 그런 헤지펀드를 한국 정부는 아예 처음부터 막다가 2011년에야 허용했다. 그런데 정부는 헤지펀드도 자본금을 60억 이상이어야 한다고 했다. 당연히 기존 증권사나 보험사 아니면 만들기가 어려워진다. 투자 전문가인 개인이 자산운용사나 헤지펀드를 만드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현재 정부는 자본시장법을 살짝 바꾸겠다고 나서고 있다. 전문투자형(헷지펀드)는 자본금을 줄여주겠단다. 법안에는 5억 이상을 말했지만 금융위 실무진 얘기로는 대통령 령으로 약 2-30억 정도로 하겠다고 한단다.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근본적으로는 무사안일주의에 의한 "께작거림"이다.

한국의 금융산업은 바로 정부의 그 금융정책 때문에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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