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4일 목요일

정치 참여 직전 감상

(정치권에 들어가기 전 1월 28일에 쓴 글이다. 메모 용으로 옮겨놓았다.)

요새 정치권과 언론에서 내 이름을 들먹인다. 그 덕분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마치 무슨 연예인이나 되는 것처럼 내 얘기를 입에 올린다. 솔직히 응원한다는 사람들도, 비판하는 사람들도 뭔가 과잉이다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나는 그냥 남의 것 뺏지 않고 내 앞가림하면서 직업 활동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페이스 북에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의 의미를 설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끔 흥이 나면 주제가 새지만 그것은 내 유일하게 남은 취미가 경제정책이어서다. 작년에 밖에서 건드리지만 않았으면 언론도 만나지 않고 살았을 것이다.
솔직히 야권이 벌이는 인재 영입 쇼를 보면서 기분이 착잡하다. 정치에는 분명 쇼의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말 새롭게 다시 태어나려는 각오도 없이 벌이는 쇼는 의미가 없다. 이런 쇼로 대중의 표를 얻으려는 것은 대중을 우습게 보는 태도다.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불가피한 쇼라도 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역효과를 볼 것이다. 
야권이 새로 태어나기 위한 생산적 논의는 없이 인재 영입 쇼를 계속 하는 것을 보면 4년전에 여당에서 한 것을 모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니 여당은 경제 민주화도 쇼를 하는데 써먹었다. 혹시 야당도 경제민주화를 그렇게 하려는 것은 아닌지? 
야권은 철저하게 반성하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국민들이 한국 야당에 갖는 지겨움은 주류와 비주류가 허구헌날 비생산적 권력투쟁만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정당에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다. 당권 유무에 따른 일종의 분파(faction)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주류와 비주류가 서로 생산적 경쟁을 하는 한. 그리고 그것은 전당대회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민주당을 보면 가히 목불인견이다. 2012년에도 이명박 정권의 실패 덕분에 큰 장이 설 것 같으니까 비생산적인 계파싸움이나 신나게 마음껏 하고 나중에는 결국 계파 나눠먹기로 끝냈다. 결국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했다. 대선에서 예상보다 표 차가 많이 나지 않아서 잊어 버렸는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가망이 없었다. 세상에! 억지로 끌려나온 후보로 이길 생각을 했다니! 그래, 인품 하나는 좋아보였다. 
그렇게 야당은 무능했다.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고, 자기도 모르는 것이 뻔한 안철수에게 사람들이 기대를 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기가 막히는 일이었는가! 단일화 이후 안철수가 조금만 더 열심히 뛰었어도, 그리고 굳이 선거 당일 미국으로 가는 짓만 안했어도, 선거결과를 점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숨길 수 없는 것은 야당의 무능이었다. 
사람들 뇌리에서는 사라졌겠지만 내 기억에는 2011년 여름에 발족한 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가 기억에 생생하다. 유종일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고 당외 인사들을 거의 1년 동안 하청업자 처럼 부려 먹었다. 국회의원들도 위원회에 이름을 걸었지만 그게 다였다. 논의 자리에 국회의원들은 콧빼기도 안 보였다. 나도 처음에 유종일 교수 부탁으로 갔다가 엉겁결에 사진을 찍혔다. 몇번 미팅을 했지만, 논의는 지리멸렬 그 자체였다. 두달 만에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름을 빼달라고 했다. 야당의 맨살을 보았다. 
경제민주화? 완전히 구색 맞추기였다. 아무 것도 안 남았다. 어찌어찌 해서 최종안을 만들었지만 이를 당 정책으로 발표할 때 쯤 가서는 김진표 원내대표가 뒤에서 뒤틀었다. 너무 급진적이라고 했다. 중도층에서 표 얻는데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그것 없이도 다수당이 되는 줄 알았으니까. 
총선을 앞두고는 아예 유종일 마저 공천에서 배제했다. 거기에 덧붙여 이용섭씨를 광주시장 공천에서 물을 먹이는 바람에 19대 국회 내내 야당에는 변변한 경제정책 전문가 하나가 없었다. 자기들이 증세를 하자고 해놓고 박근혜 정부가 증세를 하니까 세금 폭탄이라고 했다. 
4년이 지난 2015년에도 똑같은 노래를 틀었다. 친노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들 했다. 뭔가 구체적인 과오를 근거로 비판하면서 물러나라는 것도 아니었다. 문재인은 전당대회에서 뽑힌 인물이었다. 자기들이 민주적으로 뽑은 과정은 그냥 무시하고 이해 타산이 안 맞자 물러나라는 것이었다. 물러나지 않으니까 이번에는 호남표를 노리고 탈당을 했다. 상대방을 물 먹여서 다음 대통령 선거를 노리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에겐 이 모든 것이 그냥 지겹다. 평시에는 자기들만 도덕적인 척 하면서 막상 하는 짓은 자리 싸움이다. 모든 관심은 국회의원 자리 싸움에 가 있으니, 선거 철이 다가오면 공천권 분양을 둘러싸고 떳다방이 벌어진다. 자기들이 모두 모여 뽑아놓고선 자기편이 아니니까 물러나라고 하고, 안 물러나니까 밖으로 나가는 것은 누가 봐도 말이 안 된다. 그런데도 그나마 혹시 거기에라도 희망을 있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다. 
국민이 돌아섰다. 이대로 가면 수도권에서는 완전히 초토화된다는 조사 결과가 돌아다녔다. 그제서야 자기들도 겁이 났다.
문재인씨가 김종인씨를 모셔온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자력으로는 탈출구가 안보이니, 그 누구의 편도 아닌 뭔가 독자적인 공신력을 가진 것 같은 외부 인사를 불러 자기들을 구해달라는 것이다. 그것도 4년전 상대방 편에 있던 사람을. 그가 오니까 그제서야 여론이 조금이나마 돌아 섰지만 사실 이것도 알고 보면 무참하고 한심한 얘기다. 얼마나 자기들이 못났고 무능한지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요즈음 지병이 다시 도지는 것 같다. 조금 등이 따스워졌다고 또다시 자기들끼리 편가르기에 들어갔다.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는 것이 당의 정체성이다. 누구는 무엇을 했고, 누구는 뭐이기 때문에 당에 안 맞는단다. 지금까지 그렇게 자기들 기득권을 위해 사람을 편가르고 배제해서 당이 요모양 요꼴이 되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구를 영입했든, 김종인박사가 아니라 그 할아버지를 모셔왔든,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으로 어떻게 당을 거듭나게 할 것인가다. 인재 영입? 그것은 그냥 쇼다. 이제 그만해야 한다. 
경제 정책 이전에 정치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특히 자기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대한 미래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무능한 주제에 진영논리로 편가르기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 포용적이고 담대한 전략으로 당이 자리매김을 새롭게 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 당의 재탄생을 위해 검토해야 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당과 대중의 연계 관계다. 도대체 더민주당은 누구를 대변하는 정당인가? 말로는 중산층과 서민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연계관계가 부실하다.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선 진보개혁 정당과 노동조합의 연계가 모호하다. 민노총은 거북하게 거리를 두고 있고, 한노총은 여기저기 넘나든다. 양대 노조는 자기들만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추구한다. 그런데 노조조직률이 10% 정도에 지나지 않아서 양대 노총이 대변하는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 그 나머지 노동자는 누가 어떻게 대변할 것인가? 또, 전체 취업자의 1/3를 차지하는 자영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당도 아니다. 사실 이들은 정치적으로 의식화 되지 않은 계층에 가까와서, 정당 이념보다는 지역감정에 더 많이 좌우된다. 야당이 내세운 이념도 변변찮았으니 할 말은 없다.
이처럼 사회계층과 유기적 관계를 구축하지 않는 정당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는 쉬운 얘기가 아니다. 조직되지 않은 다수 노동자와 야당이 어떻게 관계를 맺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런 것은 선거를 석달 앞두고 할 일이 아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책이 중요한 이슈가 되어 본 적도 없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또 다시 선거에서 단일화 협상을 되풀이할 것이다. 
국민들은 짜증지수가 다시 올라갈 것이다. 여야 의석 비율만 다를 뿐 적대적 공생관계는 다시 한번 더 재현될 것이다.
그것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댓글 2개:

  1. 야당 지지자로써 얼굴이 화끈거리는군요. 이왕 오셨으니 당 개혁에 힘을 써주세요.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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