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1일 월요일

좋은 적자와 나쁜 적자 : 적자 재정, 어떻게 봐야 할까?

최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정책에 따른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에 관해 보수 세력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앞으로 국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각 언론들도 많은 기사를 써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시민들로서는 누가 맞는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내 생각에 한국인들이 경제 문제에 관해 갖고 있는 가장 큰 오해는 재정 적자와 국민연금에 관한 것이다. 나는 한국이 재정 적자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늘 주장해왔다. 예를 들어 작년 한국의 재정적자는 1.7% 였다. GDP 대비 2% 정도의 재정 적자를 갖고 시비를 하는 나라는 전세계에 한국 밖에 없다. 이는 과거 정부 관료들이 균형재정을 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국민들이 생각하도록 세뇌를 해 놓은 결과다. 근래에 들어서는 보수 정치세력이 복지국가와 이를 위한 증세를 막기 위한 근거로 재정적자를 갖고 국민들을 협박해왔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너무 쉽게 넘어간다. 
그래서 내가 장기 재정 수지를 어떻게 보는지를 간략히 설명해보았다. 비록 숫자가 나와서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요점을 깨치고 나면 머리가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을 수 있다. 시작하자.
장기 재정 수지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그 나라의 생산능력 대비 부채의 비율이 얼마인가다. 빚이 많아도 갚을 능력만 되면 아무 상관이 없다. 갚을 능력은 세금 수입에 의해 결정된다. 세금 수입은 GDP에 비례한다. 따라서 재정 적자가 나도 그 덕분에 경제 성장이 얼마나 촉진되는가가 중요하다. 이게 핵심이다. 
조금 더 들어가보자. 
지금 한국처럼 경상 GDP가 5% 증가하는데 재정적자가 2~3%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미리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 문제가 안된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과 같이 부채비율이 40%이고 경상 GDP가 5% 증가하는 국가에서 재정 적자가 40년 동안 매년 GDP 대비 2%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40년 후 2057년 부채비율은 38%로 도리어 약간 감소한다. 재정적자가 매년 3% 난다고 해도 40년 후 부채비율은 57%일 뿐이다. 
이것은 경제학이 아니라 단순한 셈법이다. 중요한 것은 이 계산의 정치경제적 의미다. 40년 동안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재정적자가 2~3% 발생한 시나리오인데도 이렇다. 그러니 재정적자가 몇년 발생하면 뭐 큰일이나 나는 것처럼 소란을 부릴 일이 아니다. 
장기 국가 부채비율 분석에서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분모인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경상 GDP 성장률이 위에서 말한 5%가 아니라 4% 라면 재정적자 2%와 3% 시나리오에 따른 국가 부채비율은 각각 46%와 68%로 증가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 정도만 해도 감당할 만하다. 만약 성장율이 3%로 떨어지면? 재정적자 2%와 3% 경우에 국가 부채비율은 각각 59%와 82%로 상승한다. 일본의 국가 채무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해 발생한 재정적자 탓도 있지만 경상 GDP가 실질 성장율 하락과 디플레이션으로 제자리 걸음을 한 탓도 크다. 
그러면 한국의 장기 경제 성장률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일까? 가장 큰 위협은 이미 진행 중인 고령화와 이에 따른 인구 감소다. 이건 단순한 양의 문제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경제성장률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 다음 위협은 각 국민들의 생산능력이다. 이것은 질의 문제다. 현재 한국은 진즉 지식경제로 전환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우기 경쟁에 따른 상대평가와 원청/하청 소속에 따라서 보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인재 양성 시스템과 원청/하청 시스템은 각 개인의 생산성과 보상 사이에 괴리를 낳게 한다. 생산력과 상관 없는 보상 시스템을 고집하는 경제체제로는 각 개인의 생산능력을 효과적으로 높이기가 어렵다. 
그러면, 재정 확대 정책을 평가하는 우리의 기준 잣대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위에서 장기 재정 수지 분석에서 중요한 것이 국가부채 비율이고, 또 이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경제성장률이라고 했다. 따라서 우리의 잣대는 적극적인 재정 확대 정책이 경제성장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이어야 한다. 같은 재정 확대, 같은 재정 적자라고 해도 그것이 경제성장률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그 적자는 결국 나중에 생산력 증대로 보상받을 수 있다. 거꾸로 만약 그 재정 확대가 생산력 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나중에 부담도 더 커진다. 
일본이 오랫동안 대규모 적자 재정을 지속했는데도 경제성장이 침체되고 국가부채비율이 200%가 넘게 올라간 이유도 그 재정 확대가 고령화를 해소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러면 안 된다. 좋은 재정 적자와 나쁜 재정 적자를 구별해야 한다. 
현재 한국 상황에서 장기적 경제 성장률 상승에 도움이 되는 재정을 확대하느라 생기는 적자는 '좋은 적자'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는 재정이어야 하나? 무엇보다도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건강보험제도 개선, 아동수당 제도 도입, 기초연금 인상 등은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앞으로 임대주택 확대 정책도 더 구체화 되길 기대한다. 그 다음으로는 사회경제적 보상체제의 왜곡을 해소하여 국민들의 생산력 증진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교육 재정을 쓰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공교육 부담을 늘리고 사림 학교에 지원하는 재원을 줄여야 한다. 이것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이에 반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원청 부문인 국가 공무원 인원 수 대폭 확대 같은 정책은 우려스럽다. 지금과 같은 보상 시스템을 놔두고 추진하면 도리어 원청 부문의 보상체제 왜곡을 증폭시키고 이에 따라 경제 전체적인 생산성 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쁜 적자'일 가능성이 높다. 
아래 첨부한 기사는 전슬기 (Seulgi Juhn)기자가 쓴 기사다. 약간 길지만 기초적인 숫자를 한 곳에 잘 정리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적자성 부채와 자산성 부채를 구별하지 않은 점이다. 제대로 하려면 적자성 부채만 갖고 얘기해야 한다. 이상하게도 첨부한 표에선 이 둘을 구별해 보여주면서 기사 글 안에서는 이에 상응한 언급이 없다. 이 문제는 내 블로그에서 언급한 적이 있으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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