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1일 금요일

다가오는 거시경제정책 최후의 심판, 어떻게 피할 수 있나 (II)

그러면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무엇으로 경기 조절을 했나?

신용정책, 부동산 정책, 그리고 환율정책으로 했다. 금융권의 대출 관련 규제를 주물러서 대출량 조종을 통해 경기조절을 했다. 그러다가 부실채권이 쌓이면 정부기관이 나서서 부실채권을 사주었다. 또 조금만 경기가 나빠도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모두들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부동산 관련 세제를 수시로 바꾼다. 또 다른 수단은 우리는 수출 밖에 없다고 하면서 외환 시장에 개입해 환율 절하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 돌아온 노병 강만수가 들고 나온 것이 환율절하에 의한 수출경기 진작이었다. 한국의 관료는 경기부양을 원하는 정권의 요구에 이 세가지를 번갈아쓰면서 살아왔다. 

각 정권 별로 들여다보자. 외환위기를 졸업했다고 선언하자마자 김대중은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섰다. 분양가를 자율화 했고 당첨된 아파트 전매를 허용했다. 제발 투기해달라고 초청하는 꼴이었다. 노무현 시절 달아올른 부동산 투기 열풍에는 김대중 정권 시절 풀어준 부동산 정책이 한 몫을 했다. 환율은 외환위기로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져 있어서 굳이 대규모로 조작에 나설 필요도 별로 없었다. 김대중정권 기간 중 시작된 외환시장 안정용 국가채무는 2002년 말 20.7조원에 불과했다. 이 돈으로 달라를 사들여서 이자율이 낮는 미국국채에 투자했다. 대신 벤처 붐을 일으키고 신용카드 대출을 급격히 확대했다. 2003년 카드사태가 터지기 전 카드대출 액수가 250조원에 달했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정권이 물려준 카드 사태가 잦아지자 2003년 말부터 이헌재가 건설경기 활성화를 들고 나왔다. 균형국토개발을 한다는 핑계로 토지보상금을 100조원 가깝게 뿌렸다. 또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 돈으로 달라를 사들여 환율시장에 대규모로 개입했다. 2002년 말 20.7조였던 외환기금용 국가채무가 2007년 말에는 89.7조로 69조가 늘었다. 5년간 국가채무가 총 165.4조원이 늘었는데 그 중 42%를 차지한다. (133.8조에서 299.2조로 증가) 총 165.4조 늘은 것 중 예보채권을 국채로 전환하면서 생긴 국가채무가 52.7조(증가액의 31%)이니, 이를 제외하면 노무현 정부 기간 중 늘어난 국가채무의 2/3가 외환기금용 채무인 셈이다. (69/112.7=62%) 노무현정권 기간 중 재정적자가 평균해서 연간 GDP의 0.4%에 불과했는데도 국가채무가 많이 늘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토지보상금은 토지공사 부채로 잡혀 국가채무에는 안 잡힌다. 땅을 팔아서 원금 환수가 얼마나 되는가가 관건이다.)

이명박은 취임하자마자 환율절하를 추진했고, 꺾이기 시작한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온갖가지 애를 다 썼다. 외환채무는 2007년말 89.7조에서 2012년말 155.7조로 66조가 늘었다. 노무현 정부 기간 중 증가액 69조와 비슷하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랍시고 스무가지가 넘는 몸부림을 쳤다. 가계대풀도 계속 늘도록 방치했다. 아니 미소금융이니 하면서 더 조장했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가계 채무 증가액은 더 크다. 2008년 중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몰아치자 2009년 추가 경정예산을 짜서 재정지출을 늘렸지만 조금 잠잠해지자 금방 다시 균형재정기조로 돌아갔다.

이렇게 정통적인 거시정책 수단은 무시하고 불건전한 경기조절 정책을 쓰면 후유증이 남는다. 작금의 한국경제가 바로 그 증거다. 침체하는 내수경기를 빚을 늘려 지탱하려고 했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빚을 내서 산 땅과 아파트의 값이 계속 올라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 비싸져서 새로 살 사람이 없다. 부동산 값이 내려가면서 이제는 빚 갚을 일만 남았다. 심판의 날이 다가온다. 환율을 높혀 수출로 경기 부양을 꾀헀다. 대기업 수출 채산성은 늘었지만,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들은 그 덕분에 구조조정을 피하고 버텼다. 이제 환율이 다시 내려가면 또 다른 심판의 날이 다가온다.

지금부터는 과거의 비정통적인 거시정책의 후유증에 시달릴 일만 남았다. 가계부채 문제가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다. 신용팽창 정책을 쓰기 어렵다. 부동산 경기는 장기 침체만 남았다. 활성화는 꿈도 못꾼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환율이 절상되고 있다. 시장개입으로 절하를 추진하려면 흐르는 강물에 거슬러 헤엄치기는 것처럼 힘만 들고 중간에 익사하기 쉽다. 그동안 미루어온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저절로 이루어지게 생겼다.

정통으로 돌아가자. 아무러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밖에 남은 게 없었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거꾸러지는 와중엔 통화정책이 별 힘을 못쓴다. 그러니 재정정책 밖에 남은 게 없다. 다행히 한국의 재정 건전성은 좋다. 금융성채무를 제외하면 GDP의 17%에 불과하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는 재정적자 걱정하지 말고 과감히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 야당은 그런다고 비난하지도 말아야 한다. 배운 것 좀 써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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