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6일 일요일

게임이론으로 본 투표

영국의 EU 탈퇴 투표와 지난 총선에서의 호남 지역민의 투표 행위에서 일종의 유사성을 느끼는 것이 나 뿐인가 싶다.
영국인들은 자기들이 그렇게 투표해놓고 막상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자기들도 놀라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하루만에 통화가치가 8%나 하락하고, 주식 시장이 폭락했다는 것만 봐도 금융시장은 이것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다. 
실제로 영국 언론에 의하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탈퇴할 것을 기대하거나 원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에 대한 불평을 표출하는 기회로 삼아 탈퇴안에 찬성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런 심리에 의해 탈퇴에 찬성한 것은 일종의 무임승차 심리다. 어차피 자기 주위의 다른 사람들이 유럽연합에 잔류하는 쪽으로 투표할 것인데 굳이 자기 마저 잔류에 투표할 것 있나, 그럴 바에야 잔류를 예상하고 국민투표에 붙힌 캐머론이나 또는 사회 여론 주도층에 대한 반발심을 표현하기 위해 탈퇴에 찬성하고 보자. 
탈퇴를 주장했던 전 런던시장 보리스 존슨도 다음 날 기자회견에 나와서 환호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도 충격을 받아 얼떨떨해 하는 눈치를 보였다는 것도 일종의 희극이다. 
지난 총선에서 호남이 더민주당을 버리고 국민의당 후보를 대거 선출한 것도 비슷한 심리가 작용한 것은 아닌가 싶다. 그저 더민주에 흠집을 내기만 원했던 안철수씨가 자기당으로서는 예상외의 선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더민주가 제 1당이 된 선거 결과에 대해 복잡한 내심을 보였던 것도 보리스 존슨의 반응과 일맥상통한다.
호남 사람들은 더민주당에 대해 불만인데도 더민주당이 호남에서 당연한 듯이 의석을 챙겨가는 것이 얄미웠다. 제 3당이 나오니까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더민주에 투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자기는 더민주 너희들 한번 물 먹어봐라 하는 심정에서 제3당에 투표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선거 결과를 보고 "아니,이렇게까지 하려고 한 것은 아닌데" 싶었던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을 것이다.
위에서 무임승차라고 했지만 사실 이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게임 이론상 비협조적 게임(non-cooperative game)에서 벌어진 상황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비협조적 게임은 서로가 미리 정해진 계약이나 약속에 의해 행동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게임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비협조적 게임의 예로 들어봤을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다. 이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두 명의 공범이 상대방이 서로 무엇을 할지 모르는 게임에서 자기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를 다룬다. 동료가 자백을 할 지 모르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수도권에서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투표할 지를 모르기 때문에 야당 붕괴를 우려해서 실제 지지층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민주에 표를 주었다.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다.
그런데 만약 동료가 무엇을 할지 안다고 자기가 생각한다면 그는 어떤 행동을 할까?
호남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투표할 지를 안다고 생각했다. 야당 붕괴를 그만큼 덜 걱정했다. 그래서 제1야당으로부터의 이탈, 또는 일탈이 가능했다. 동료가 자백할 것을 알고 있는 죄수와 비슷했다.
문제는 그렇게 생각해서 행동한 사람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유럽 잔류에 투표할테니 나라도 한번 세상에 대한 내 불만을 표출해보자는 심리나, 다른 사람들이 제1야당을 뽑을테니 나라도 한번 내 불만을 표출해보자는 심리나 모두 마찬가지다. 하나의 투표로 두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보내려다가 일이 이상하게 되었다. 
이제 그 결과를 보았다. 같은 기회가 다시 한번 더 주어지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영국의 경우, 만약 다시 국민투표를 한다면 탈퇴안이 통과 될 것 같지 않다.
한국의 경우, 내년 대통령 선거 때 국민들은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그때도 수도권에서 죄수의 딜레마가 작용할까? 호남은 여전히 다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지 안다고 생각하고 투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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