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4일 월요일

지방소멸이 아니라 고령화가 더 문제다



1991년 버블 붕괴후 일본에서는 십여년 동안 버블 붕괴 원인과 대책에 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주로 구조개혁이 먼저냐, 적극적 재정정책이 먼저냐를 갖고 양 진영으로 나뉘었다. 2000년대 후반에 가면서 이것이 단순한 경기변동이 아니라 인구 변동에 따른 현상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2014년 일본에서 출간되어 2015년 중앙공론신사 주최 신서대상에 뽑힌 <지방소멸> 역시 그러한 인식에서 나온 책이었다. 
요즘 한국에서도 일본에서의 이러한 흐름을 따른 연구가 시작된 것 같다. 아래 기사는 <지방소멸>에서 제시한 분석 틀을 한국에 적용한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지자체 중 85개가 30년 내에 사라진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지방소멸은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걱정할 일이지만 경제 전체적으로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이미 그 지역에 사는 인구가 미미하다. 또 농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현대 경제에서 외진 지역의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중요한 현상은 아니다.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지방소멸보다 지방소멸의 근본 원인인 고령화가 더 중요하다. 설사 도시지역에 인구가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그 인구 중 노인의 숫자가 계속 커지면 사회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중에서도 경제 노쇠화에 따른 소비 침체가 제일 중요하다. 원래 인구가 적었던 곳이 더 적어지는 지방소멸보다 인구가 많은 곳에서 소비가 침체되는 것이 실제적으론 더 큰 문제다. 
이미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 즉 소비가능인구 수가 줄기 시작한다. 생산가능인구비중은 이미 2010년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사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절대 수치다. 앞으로 1955년부터 태어나기 시작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65세에 도달하는 2020년부터 한국에선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전될 것이다. 
한국에선 고령화에 따른 소비 침체가 이미 시작되었다. 확대 재정정책으로 일부 그 침체 속도를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에 가선 막을 수 없다. 따라서 확대 재정정책을 단순히 경기부양의 측면에서 접근하면 안된다. 고령화와 저출산화를 염두에 둔 장기 국가 정책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고령화를 고령화율의 상승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마치 고령화율이 올라가는 것이 저출산의 탓인 것으로 착각한다. 아래 기사에서 가임기 여성의 숫자를 거론하고 사진도 신생아 사진을 쓰는 것도 그런 시각의 연장이다. 
그러나 이 고령화는 저출산과 상관이 없다. 고령화는 "고령자 절대수치의 급증"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726만 명으로 지난해 11월 676만 명 보다 9개월 사이에 50만 명이 늘었다. 아이 수만 늘린다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 한마디 덧 붙이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정부부처 업무계획 보고회에서 저출산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저출산 대책과 별도로 고령화 대책도 세워야 한다. 고령자 인구 수가 곧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정부 부처 논의 어디에서도 그런 인식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소득주도성장이든 임금주도성장이든 성장을 말하는 것 자체가 내겐 한가롭게까지 느껴진다. 거듭 말하지만 거기엔 열쇠가 없다! 
인구를 봐야 한다. 국가의 미래 비전을 그릴 때 가장 먼저 봐야 하는 것이 인구 동태다.

댓글 6개:

  1. 좋은 글 항상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령화를 바라보는 것에 대한 질문이 있습니다.

    저는 일본의 경우 사회고령화를 용인하고 무분별한 이민을 억제하여 사회적 안정성을 획득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국가 운영에 있어서 유럽과 같은 혼란을 예방하고 그 사회적비용을 아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인구수도 중요하지만 이를 구성하는 질적인 요소도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총인구수의 양적인 측면이 꼭 바람직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두서없는 질문이 되버렸네요...명확한 질문이 안되고..좋은 글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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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본이나 한국의경우
      이민자체가 유럽과는 다르죠..
      자동차로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언어장벽의 높이가 차이나니까요
      이민억제 정책이 일본국민들이
      큰저항없이 받아들여졌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그런면에서는 한국도 일본처럼가서
      장기적으로 사회적비용을 줄이는게 좋아보일수도 있으나
      그러기에는 일본이 겪어온 20년이 마음에 걸립니다.
      공쌤은
      지금 양이냐 질이냐를 논하기보다
      고령화문제 자체를 인식시키는 행동이 필요할거 같다는 취지의 글을 쓰신거 같네요.
      공쌤이 말씀하신대로
      국민연금을 손봐서 기본생활이 어려운 노인과,
      결혼적령기 청년들의 주거문제부터 출발을해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할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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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진욱 입니다...말씀에 동감합니다...노령인구의 급증이 초래하는 문제보다는 저출산문제로만 사회담론이 쏠리는 현상의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수명연장현상보다는 저출산문제가 먼저 문제로 되었던 서구의 경험으로 우리를 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더랬습니다만...옳은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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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령 연금 등 사회보장제도를 갖추는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거기에 비해 한국은 노인 대상 복지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이상하게 강합니다. 왜 그런지는 저도 정확하게 모르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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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녕하세요.
    공 선생님 글을 통해 나날이 새로운 관점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고령화 문제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예리한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지방소멸이 경제 전체적으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단순히 농업이 생산성이 낮은 부문이기때문이라고 보시는 건가요? 농업 부문은 다른 산업 부문과 달리 생산성이 낮더라도 그것을 유지하는 것 자체로 식량 자급 능력을 어느 정도 지킨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혹시 이에 대해 더 설명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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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방 인구가 줄어든다고 농업이 꼭 소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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