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6일 일요일

국정감사를 보면서 (3)


국정감사가 지난 금요일에 끝났다. 평소 생각하던 것 중 일부를 둘로 나누어 썼었는데 이제 마무리를 할 차례가 되었다.
첫번째 글에서는 국정감사가 삼권분립이 취약한 한국에만 있는 기형적인 제도여서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로서는 매우 부족하다, 국정감사제도를 폐지하고, 청문회를 통한 상시적 국회조사권을 늘리고,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바꾸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두번째 글에서는 한국 사회가 감사라는 선진 제도를 수평적 관계에서 공공 기관의 책임성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방적 권력 관계로만 인식하고 있으며, 그러한 문화 습관 때문에 감사자와 피감사자 사이에 해마다 일종의 역할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사실 그 글에서는 피감사인이 쩔쩔매는 척을 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일 때만 그렇다. 막상 중요한 일을 갖고 들이대면 대놓고 거짓말을 하거나 도리어 공격적으로 나온다.)
그런데 이 두 글을 모두 읽은 사람들 중 일부는 두 글이 무엇인가 서로 모순된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즉 감사를 일방적 권력관계로 인식하는 사회에서 국회가 상시적인 청문회를 통해 행정부를 감시하고 감사원이 국회 소속이 되면 행정부가 거의 마비상태에 빠지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자연히 들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고압적인 태도는 차치하고 지금도 각 정부기관은 국정감사 때문에 쓸데 없는 자료를 대량으로 만들어 내느라 등이 휜다고 원성이 자자하다. 또 공무원들은 국최 상임위원회 때문에 여의도 출근해 대기하느라 일을 못한다고 한다. 만약 연중 내내 언제라도 하는 청문회를 열어 자료를 요구하고 출석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과연 정부 일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또 공무원은 물론 온갖 민간 부문 사람을 불러내는데 맛을 들이면 어떻게 될까? 
또, 지금은 감사원이 같은 행정부 소속이라고 해서 그래도 정권 눈치를 보기 때문에 자기들도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감사원이 국회 소속이 되거나 그 어느 누구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기관이 되면 그들의 독주 또는 폭주를 누가 견제할 것인가? 
이것을 생각하면 무작정 국회의 상시 청문회를 대폭 확대하고 감사원을 국회로 가져오는 것이 현실적으로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첫번째 글에서도 얘기했듯이, 현 제도 아래에서도 국회의원은 국정감사가 끝난 후에도 행정부를 감시할 수는 있는 여지가 상당히 있다. 만약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20일 동안의 활동으로 자기 할 일 다한 것처럼 물러서지 않고 몇가지 문제에 집중해서 집요하게 파고 들면 비록 청문회를 상시적으로 열 수 있게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들도 많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국회에서 다시 한번 더 드러났듯이 한국 행정부는 참으로 일을 허술하기 짝이 없게 하거나 아예 대놓고 허위를 일삼는다. 그렇지 않고는 별로 전문적이지도 않은 국회의원들이 겨우 몇명의 직원을 데리고 짧은 시간에 조사해서 밝혀내거나 지적한 것에 대해 해당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대규모 조직의 수장이 아무 말도 못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가 너무도 종종 발생하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우선 이 정도의 무능과 태만은 일반 민간 기업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못한다. 국감에서 드러나는 사건들을 보면 상당수가 민간 기업이라면 관련자들은 물론 경영진도 당장 물러나야 할 정도로 낯 뜨거운 사안들이 많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 정부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상시적인 청문회를 실시해서 훨씬 더 철저하게 공정 기관을 감시하는 다른 나라에서 이런 정도의 업무 태만이나 부적절한 업무 처리가 일상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만약 그랬다면 그것은 진즉 스캔들이 되었을 것이고, 파면이나 형사 기소 이전에 관련자는 당장 사임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국정감사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 행정부 감시가 허술하기도 하지만 내부적인 감사는 물론 감사원의 감시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그만큼 현재 한국 사회의 공공 부문에서는 책임성이 무시되고 있고, 무능과 허위와 불법이 판을 치고 있으며, 이를 제어할 제 3자에 의한 독립적인 감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편에는 무책임하고 안하무인인 국회와 감사원이 있다. 이은재씨 같이 무턱대고 "사퇴하세요"라고 고성을 지르는 사람이 있다. 갓 서른을 넘긴 초선 비례대표 신보라씨가 이재명씨에게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가리켜 돌려가면서 "청년 대책으로 국가 돈만 쓰지 말고 머리를 좀 더 써서 고민 좀 해보라"는 말을 하는 국회다. 
다른 한편에는 무능하고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행정부와 산하기관들이 있다. 문예위 회의록을 뭉터기로 삭제해 제출한 박명진씨가 있다. 증인으로 나온 사람에게 답변하지 말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 KBS 사장 고대영씨가 있다. 신기하게도 국회는 겉으로만 온갖 허세를 부릴 뿐 그런 사람 하나를 어쩌지 못한다. 
상시적인 청문회를 하면서 국회의 무책임한 행동을 지금처럼 놔두면 국정이 마비된다. 그렇지만 행정부와 공적 기관이 이렇게 일을 엉터리로 하고도 버틸 수 있는 것은 국회의 행정부 감시 기능을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불교의 연기론과 같아서 하나는 다른 하나가 있어서 존재하는 형국에 가깝다. 하나를 놓아두고 다른 하나만 없앤다고 될 일이 아니기도 하다. 
딜레마다. 세상에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쉬워도 어떻게 그것을 달성할 것인지를 말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바로 감사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저급한 상태를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도 그런 문제중의 하나다. 
내 생각엔 우선 감사원을 독립기구화하거나 국회 소속으로 바꾸는 것부터 해야 한다. 상시 청문회는 그 다음이다. 우선 의회 소속 감사원의 행동거지를 감시할 프로세스를 하나씩 만들어 나가기 시작해야 한다. 
행정부도 힘이 없는 기관이 아니다. 감사원이 국회 소속으로 바뀌면 행정부 수장은 그들이 자기의 권력 범위 밖에 있게 되므로 이를 예방하거나 견제할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부서 자체 내 감사 부서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의하는 것이 된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지금은 부서 내 감사부의 역할과 권한이 지나치게 제약되어 있어 유명무실하다. 
국회에서 수시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해도 국회의원들의 무책임하고 안하무인인 태도가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상시적인 감사는 국회 소속 감사원을 통해서 실시하고 그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후 필요하면 청문회를 여는 방법도 있다. 
지금과 같이 국회의원들이 아무나 불러놓고 자기들이 "헌법기관"이라고 으시대면서 남을 조롱하거나 눈을 부릅뜨는 것은 결국 그런 사람을 뽑은 선거구민들 탓이고 그 나라의 문화적 습관 탓이다. 어디까지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행동인지는 아무도 미리 알 수 없다. 앞으로 언론과 선거구민들의 시각이 바뀌어 그런 행동에 불이익을 주거나 응징하고 그것을 정치인들이 인식해서 자기 정화를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댓글 2개:

  1. 글 잘 읽었습니다.
    한 가지는 신보라씨 앞에 왜 '갓 서른을 넘긴'이 붙는지 모르겠네요.
    신보라씨의 행동이 문제가 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매너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나이가 어린 사람이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해당 행동을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
    답글
    1. 저도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러나 익명씨의 댓글에는 또다른 비틀린 판단이 들어있습니다, 글쓰신분은 신보라씨의 특정 행동이나 , 나이 많고 적음을 위해 그 일화를 언급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갓 서른은" 나중에 언급되는 청년대책과 관련지어지는 맥락에 있는거 같습니다,
      " 갓 서른" 의 어휘가 다른 많은 문장이나 일상회화속에서 자주 오염을 불러 일으키는 사태에 많이 노출되어 그런 댓글을 다신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삭제